구상 없이 그리는 여행, 계획 없이 떠나는 그림 / 이모르

구상 없이 그리는 여행, 계획 없이 떠나는 그림​그림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그릴 수 있다. 하나는 구상하고 그리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구상을 하지 않고 그리는 것이다.​대부분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구상을 먼저하고 그리는 것에 익숙해한다. 종이를 앞에 두고 ‘뭘 그릴까?’라고 생각하는 게 구상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따라 그려보는 모작도 마찬가지다. 모작할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고민해 보는 것 역시 구상의 시작이다. 또한 어느날 우연히 무언가에 영감이 떠오르는 것조차 구상이다.​여기에서 말하는 구상(構想)은 얽을 구(構) 생각 상(想)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 그대로 뜻풀이를 하면 머릿속에 생각들을 얽는 행위를 말한다. 그걸 얼마나 촘촘히 얽느냐 느슨하게 얽느냐에 따라 구상의 깊이는 달라진다.반면에 구상을 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나는 이 방식을 선호한다. 구상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해를 돕고자 다양한 비유로 설명하곤 한다. 그중 가장 느슨한 비유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과,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의 차이다.​여행 계획을 완벽하게 세울수록 장점은 여행지에서 수고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한된 시간 안에 여행을 효율적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물론 알찬 여행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서도. 아무튼. 넘어가서, 이러한 여행 방식의 단점도 있다.​여행지에서 수고스러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떠나기 전에 만반에 준비를 위한 수고를 미리 겪어야 한다는 것.​이러한 과정에서 혹시 놓친 것이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겪어야 한다는 것.​그렇게 나름대로 완벽한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여행지에서 어떤 변수로 인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하나의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다른 계획까지 완전히 틀어져 버릴 때 그 허망함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 모든 게 단점이지 않을까?​구상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 걸 선호하는 나로선 계획 없이 떠나는 즉흥 여행을 좋아한다.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확 줄고 언제든 내키면 곧바로 떠날 수 있기에,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대담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담한 사람이 준비도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떠나볼수록 사람이 대담해지는 것이다.​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단점은 여행 전에 수고가 빠진 대신, 여행 가서 수고스러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 혹은 가려는 여행지에서 남들은 다 좋다며 누렸던 경험을 나는 경험해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에 ○○식당 유명한데 ○○먹어봤어요?”“아뇨. 못 먹어봤어요.”“○○이 진짜 예뻤는데 ○○ 가봤어요?”“아, 그런 데가 있구나.”​근데, 이게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아무튼.​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계획에 얽매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게 없으니 내 멋대로 얼마든지 여기저기를 쏘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지도에서 안내해 주는 큰길이 아닌, 내 멋대로 골목길 사이사이로 거닐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저 발걸음이 닿는 대로. 그러다 보면 큰 큰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운치를 발견할 수 있다. 여행지에 우연히 좋은 곳을 발견했는데 다음 계획이 있으면 그 곳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떠냐아하지만, 계획이 없다면 마음에 드는 곳에서 머무르며 정취를 만끽하며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계획’에 ‘구상’을 ‘여행’에는 ‘그림’을 대입하면 같은 맥락이 된다. 구상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머릿속에 구상한 목적지로 가기 위함이 아닌 손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이미지속에서 피어나는 형과 색의 조화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머무르며 작품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빨간 머리 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여행이든, 그림이든, 현실이든, 때로는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준비도, 구상도 없이 몸을 내던졌을 때비로소 그 흐름 속에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과 환희가 있다.​​이모르작가, 크리에이터더 이상 많은 사람 접하는 게 힘들어서요. 지난 날, 나는 너무 많이 취해있었어요.향락적이면서 몽환적인 홍대 근처에 운영하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강서구로 이사왔습니다.조용히 그림 그리면서 그림 가르치고 글도 쓰고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DASIBOOKSHOP

logo
LOG IN 로그인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DASIBOOKSHOP

          logo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DASIBOOKSHOP

                  logo

                  DASIBOOKSHOP

                  logo
                  • SHOP
                    • BOOK
                    • USED
                    • COLLECTED
                    • PROGRAM
                    • menmeiz
                  • PROJECT
                    • PUBLISH
                      • WORKS
                        • Teach & Lecture
                        • WRITE
                      • WEBZINE
                        • ABOUT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DASIBOOKSHOP

                          logo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밴드
                          Terms of Use
                          Privacy Policy
                          Confirm Entrepreneur Information

                          Company Name: 다시서점 | Owner: 김경현 | Personal Info Manager: 김경현 | Phone Number: 070-4383-4869 | Email: dasibookshop@nate.com

                          Address: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8길 77-24, 지하1층 | Business Registration Number: 101-91-40768 | Business License: 2017-서울강서-1218 | Hosting by sixshop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