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하는 힘? / 임재춘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하는 힘? ​나의 미련함과 무지함, 그리고 운 ​ 20대 중반 한 공연 기획사의 인턴으로 문화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중요한 의사결정과 무관한, 그러나 꼭 필요한 자잘한 노동을 하면서 예술가와 무대, 그 주변과 과정을 곁눈질하며 2년여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당연히 맡은 일만 구멍 나지 않게 하면 될 뿐, 아무도 이 예술가에 대해, 만드는 무대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 고민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직관적으로 들었던 여러 의구심은 경험이 없는, 모르는 것투성이인 나에게 ‘무지’일 뿐 다른 시선이나 입장, 질문인 ‘의구심’으로서의 인정을 나 자신도 하지 못했다. 버려지는 시간인 것만 같았던 조금 미련하기도 했던 2년을 통해 나는 그 의구심을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문장으로 생각이 명료해지니 직업과 직장으로서 내 다음의 경로가 조금 선명해졌다. 그 문장이 이런 종류의 내용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예술을. 무대를 찾지 않아도.” 문화예술교육을 만난 것은 그로부터 4~5년 후쯤이었다.​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만들어지고(2005) 이와 관련된 각종 사업이 시행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말이 낯설고 모호하긴 해도 사람들은 일종의 공용어로서 받아들였다. 여전히 그렇지만 정책적인 필요와 이해관계의 산물인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를 예술가, 연구자 등 예술교육 주체들은 저마다 정의하며 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나의 질문도 여기에 합류함으로써 ‘일’로서 활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전국에서 유일했던 광역문화재단이 일터였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문화 기획의 측면에서, 예술가와의 협업, 어떤 체계와 연대라는 질문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다면적으로 고민하며 실행하는 주체일 수 있었다. 그중 단연 으뜸인 경험은 나와 유사한 질문을 가진 이들을 동료로 만나 함께 궁리하고 대화하며 일을 했던 ‘일과 관계의 문화’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하지 않게 접근하는 넓은 시선이 요청된다는 앎과 함께, 그 앎의 중요한 한 축이 사람의 존재로서 발휘된다는 것 말이다. 정말이지, 이걸 체득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나는 더 부지런히 예술에 관해 물어야 했다. 예술가의 작업을 유심히 들여다봐야 했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했다. 어느 순간에서든 납득이 되어야 하는 나는 문화예술교육을 관통하는 예술적 질문들, 교육적 물음, 예술가와 지역이라는 테제들에 대한 광범위한 지적 욕구가 동기부여가 되어 여러 경험적인 공부에 몰두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고백하건대 이 시기에 학습된 몸은 당시도 그렇지만 내 삶을 사유하는데 태도로서, 해결 방향으로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 준다. 덕분에 예술 너머 삶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을 비춰보게 되고, 굳이 따져 말해보자면 예술의 형식이나 언어가 삶의 언어와 형식의 섬세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예술에서 삶을 찾기도 하지만 예술이 삶을 반영하고 따라가고자 애쓰는 것이구나 하는 이해에 다다르기도 한다.​삶에서 부린 욕심이 있다면 예술 언저리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월급이 나오는 직장을 얻어 성실하게 출퇴근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로였을 텐데 난 그러질 않았다,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기도 하지만 아마도 내가 무엇인가를 보았고, 느꼈고, 그로 인해 보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인데, 그것이 강렬한 어떤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욕심을 부린 책임감이었을까, 아니면 불안이랄까? 먹고 사는 일로서 성의를 다했다. 내 것으로서 기꺼운 마음을 다하는 것 외에 내가 들이밀 수 있는 다른 밑천이나 배경이 없었으므로.​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게 하나의 영역이나 분야로 작동됨으로써 되려 희미해진 것들을 떠올려본다. 삶과 예술의 다양한 사이들,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따듯하거나 혹은 고통스러움을 지나거나 감수하며 마주하게 되는 여러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와 문장들이 그렇다. 이를 저마다의 감수성과 시선으로, 언어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으로써 우리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을 ‘한다’고 할 수 있는 동시에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임재춘커뮤니티 스튜디오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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