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 하다가 애국자 된 썰 푼다 / 황바롬

공공예술 하다가 애국자 된 썰 푼다 나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아르코 공공예술 주제심화형 프로젝트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 : 출몰지》1(주관 : 히스테리안)의 공동기획자로 참여했다. 2015년 UN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중 [지속가능도시]라는 주제를 심화 탐구하며 공공 영역 이면에 존재하는 ‘쓸모없다고 여겨져 밀려나고 탈락한 것들’에 주목했다. 서울(대도시), 부여(소멸도시), 전주(문화도시) 및 국내외 상징적 장소들(인공섬, 민간인 통제구역, 유흥주점, 호주의 대안 공동체 등)에 출몰하며 압축적이고 스펙타클한 도시발전이 가져온 여러 사회적 부작용과 아픔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래서 공공예술이 한 마디로 무어냐” 묻는다면 여전히 말문이 막히고 만다. 한마디로 정리되기는커녕, 다가가려 할수록 ‘공공’과 ‘예술’ 모두가 더욱 멀고 공허하게 느껴졌다.​해소되지 않은 깊은 질문을 남긴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종료(23년 12월)와 함께 24년 1월, 결혼 9년 만에 첫 아이를 낳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경제적 상황 때문에, 혹은 무언가를 영영 잃을까 두려워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도 말이다. 갈등과 알력 다툼, 위기와 소멸 등 중첩된 사회문제가 지역과 장소를 불문하고 산재한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서도, 나는 아이를 낳았다. 나는 왜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던가? 임신 기간 내내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의문은 아이를 낳은 지 일 년이 다 되도록 별로 해소되지 못했다.​그런데 내가 찾지 못한 대답을 오히려 전혀 모르는 타인들에게 종종 듣는다. 아기와 외출하면 (주로) 중년 남성들은 나에게 ‘엄지 척’을 해보이며 “애국자십니다.”라고 한다. (대체로) 중년 여성분들은 “요즘 애기가 귀해. 애기가 있어야 행복한데.”, “딸이 하나 있어야 노후 걱정이 덜하지.”(난 아들을 낳았다), “둘 이상 낳아서 복작거리고 사는 게 삶의 원동력”, “원래 그러고 사는 게 정상.” 등 예상치 못한 말들을 건넨다. 그러나 어떤 대답에도 확신 있게 동의하기 어렵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아이를 낳게 된 건 어르신들이 나에게 말해 준 ‘원래 그런’ 이유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연히 참여하게 된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가까운 것 같다. 동료 기획자, 예술가, 연구자들과 함께 살폈던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들을 떠올려본다. 낡고 허물어져 악취가 나는 장소들, 텅 비어 쓸쓸해 보이는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그동안 쉽게 지나치거나 일부러 피해왔던 그곳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돌봄이 있었다.​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을 다룬 영화 <수라>에는 매년 서식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알을 낳는 새들이 등장한다. 황량하고 척박한 간척지가 된 갯벌에 여전히 찾아오는 새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건넬까. 이제 이곳은 희망이 없으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 해야 할까. 알을 낳는 행위는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으니 그만두라 해야 할까. 기어코 알을 깨고 나온 아기새를 돌보기 위해 바싹 마른 나뭇가지 몇 개를 주워다 허술하게나마 둥지를 만드는 어미 새.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꿋꿋이 이어가는 사람들을 담은 영상을 보며 나는 많이 울었다. 그리고 어떤 결심을 했다. 매끈하게 포장된 도시만이 세상 전부가 아니라고 아기에게 말해 주고, 또 직접 보여 주리라고. 버려지고 지저분한 것들을 향해 ‘지지’라고 쉽게 말하지 않으리라고.​오늘날 논의되는 ‘지속가능발전’의 신호탄을 울린 사람은 1962년,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며 과학기술 발전이 초래한 환경오염의 위험을 세상에 알린 레이첼 카슨이었다. 1964년, 레이첼 카슨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집필에 전념했던 책이 있다. 책의 이름은 “당신의 자녀가 자연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라(Helping Your Child to Wonder)”는 시리즈로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센스 오브 원더(Sense of Wonder)』이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 조카와 함께 비 내리는 숲, 밤의 바닷가 등에서 시간을 보냈던 일화를 통해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인간 본연의 고유한 감각이며, 그것은 인간 역시 자연 세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작가 자신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자연 속에서 감각을 깨우치는 시간을 보냈기에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로 성장했고, 어린이에게는 자연에 대해 함께 놀라워할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나는 공공예술로부터 시작된 어떤 여정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어린이의 눈과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침묵의 봄』으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키지 못한 공공의 약속을 내 아이 세대에는 지켜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마지막으로 내가 참여했던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렇게 헤아려본다. 예산 4억, 진행 기간 1년 6개월, 전시 8회, 행사 46회, 참여관람객 52,414명, 참여예술인 51명, 작품 97건, 사업 연계 20건, 공식 자료 발간 3종, 셀 수 없는 상호 배움, 갈등과 화해, 기쁨과 슬픔, 사랑과 우정. 그리고 태어난 사람 1명.​​황바롬​문화예술기획자.여전히 어려운 예술계에서 쉽고 명료하게 쓰고 말하기를 꾸준히 시도하며동등하게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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