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은 줄었는데, 지난 겨울에 신던 신발 대부분이 맞지 않는다. 신으면 아프기까지 하다. 병원에도 가 봤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단다. 팔자에 없는조깅을 나름대로 꽤 열심히 한 것 때문이라고 추측해본다. 쟁여둔 신발을 뒤로하고 발볼, 발등 넉넉히 나온다는 신발 브랜드 매장에가서 이것저것 신어본다. 뭘 신어도 편하지 않다. 벗고 나면 발가락부터 무릎까지 저릿하다. 어쩌다 한쪽 발볼에 맞는 걸 찾으면, 다른 한쪽 발등이 아프다. 이 무슨 비극인가. ‘발볼러’, ‘발등러’를 브랜드명과 섞어 웹을 떠돈다. 돌고 돌며 내린 결론은‘직구’였다. 옆나라 일본이나 중국만 해도 얄쌍하고 예쁜 신발의 넓은 사이즈, 더욱 넓은 사이즈가 나온다는데, 한국에는 ‘보통’ 말곤 없었다. 그래서유명 브랜드의 미국 홈페이지, 일본 홈페이지를 뒤적인다. 이제 막 글자 읽는 유아처럼 영어와 일어를 떠듬떠듬 지나치며 퇴근 이후시간을 보내고나니 짜증이 밀려온다. 짜증이 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우리나라 인구가 1억 정도만 됐어도 이놈들이 ‘보통’ 발볼만 가져다 놓을까’하는 애먼 타령을 한다. 급기야 ‘아, 통일이 시급해. 그래야 살기 편하지’ 같은 시덥잖은 결론에 이른다. 아픈 발에서 출발했는데 엉뚱하게 통일에 도착했다. 한번 뚫린 회로의 고속도로는 별의 별 것들을 가져다 꿰어 맞춘다. 애플페이도 좀 더 빨리 들어올 수 있었을텐데, 재즈클럽도 떠들썩하니 늘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큰 기업이 지역에도 자리잡아서 일자리도 많아졌을텐데…고속도로를 타다 보니 건국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얼른 그만뒀다. 이러면 신발 못 고른다. 내일은 직구 후보에 올려둔 신발들 만져 보러 백화점에가봐야겠다. 아 물론 1억이 된다고 반드시 발볼, 발등 넓은 신발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인구절벽에 이른 마당이라 ‘1억 내수론’ 같은 걸로 논쟁할것도 없다. 남쪽만 그런게 아니고 북쪽도 그렇다고 하더라.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끼리라도 서로의 헛소리와 잡생각을 보듬어주며 살자. 그러다보면 혹시 몰라, 건국…은 아니고 혁명적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 해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