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맹학교, 농학교 앞 떡볶이 삼국지2013년 4월 16일 맹학교 앞 분식집들은 경복고와 경기상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왔다. 또한 1977년 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이 특수교육의 괄목할 성장을 가져오게 되면서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된 장애 아동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 또한 학교 앞 분식집 손님들의 또 다른 역사다. “특별히 정서적으로 장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서 알게 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네 놀러 가면 당연히 문화적으로 배어있는 거죠.” 품애 김정찬 대표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맹학교 주변에서 크락션을 울리는 사람은 동네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 주변이 모두 초등학교인 탓도 있지만 소리에 특히 민감한 맹학교 학생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청와대 옆이라는 이유도 크다. 이전에는 제한구역이 심해서 장사꾼들이 와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돌아다녔을 정도였다. 배려나 정이 아니더라도 서로를 위하는 정서가 쌓여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정서가 가장 많이 녹아있는 맹학교 앞 떡볶이집 세 곳을 취재했다. 좁은 골목 사이 개성 넘치는 분식집들에 대한 이야기. 승혜네 떡볶이 서울 종로구 신교동 36-3 27년간 학교 앞을 지킨 ‘승혜네 떡볶이’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에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말썽꾸러기 학생들과 함께한 세월이 짧지만은 않다.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새끼손가락이 부러지기도 떡볶이를 먹고 도망친 학생을 붙잡으려 전철역까지 내려갔다가 버스를 타고 올라온 적도 있었다. “요즘에는 학생들보다 졸업한 애들이 와서 팔아줘서 살아요.” 그 당시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장성해서 자녀들과 오는 경우도 많다며 최대규할머니(74)가 미소 짓는다. 대장균 떡볶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승혜네 떡볶이’는 입맛 까다로운 떡볶이 마니아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의 떡볶이 정식 외에도 김치볶음밥이 유명하다. 경복고, 경기상고를 다녔던 학생들은 물론 옛날 떡볶이 맛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기에 좋은 장소. - 인왕분식서울 종로구 신교동 인왕분식은 9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왔다. 그동안 즐거웠던 일을 묻자 “학생들이 잘 먹고 맛있다고 또 친구들과 와요. 다 자식들 같아요.”라며 사장님이 웃는다. 가끔 외상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잊어버리거나 금액이 적어’ 달라 할 수도 없다. 손님이 적어도 조용하고 살만한 동네라는 전언. 인왕분식 메뉴판은 점자가 함께 표기되어있다. 2년 전 맹학교 어머니회에서 만들어준 메뉴판. 맹학교 학생들은 이제 메뉴를 다 외워서 알아서 시키고 곱빼기로 먹기도 한다. 채소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를 주문하면 작은 전도 함께 나온다. - 효자분식서울 종로구 신교동 10 “이 집도 엄청 오래되었어요. 앞에다 요렇게 연탄 솥단지 걸고 하던 때부터 할머니들이 했었으니까.” 20년간 효자분식을 했던 주인 할머니 뒤를 이어 7년 동안 장사를 해온 사장님은 20년 동안 살아온 동네 주민이다. 지금 사장님의 손맛도 전 주인 못지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 “저 같은 경우는 농학교 학생 엄마거든요. 장애인 학교가 있어서 옛날부터 장애학생들이 많이 들락거려요. 그래서 비싸게 못 받죠. 저 같은 경우는 우리 애들도 장애가 있고 그러니까 돈 벌려고 하는 거라기보다도 그런 걸 많이 접하니까. 싸게 하면 좋잖아요.” 예전에는 줄을 선 학생들 때문에 인터뷰가 와도 너무 바빠 할 수 없었다. 근방에 편의점이 생긴 이후로 손님이 줄기도 했지만 효자분식의 맛과 추억이 줄어들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