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연결고리 <서촌방향>설재우 작가 인터뷰 2013년 2월 19일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저는 ‘설재우’라고 하고요. 얼마 전에 <서촌방향>이라는 책을 내었고, 이미 그 전 2009년도부터 ‘효자동닷컴’이라는 블로그를 통해서 효자동일대, 경복궁일대, 서촌에 관련된 지역 스토리텔링 및 지역소개를 하는 일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갈수록 좀 심도 있게 일이 진행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도 되게 다양했고 또 저도 그런 일을 즐거워해서 하다보니까 책까지 나오게 되었고요. 회사원이지만 서촌 이야기꾼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격동네탐방기 <서촌방향>이 발간되었는데요. 책 소개도 잠깐 해주세요.‘본격동네보전탐방기’고요. (웃음) 본격동네보전탐방기라는 주제로 서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지만 서촌을 들여다보는 관점이 되게 다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이 어떤 동네, 어떤 지역을 조명할 때 특히, 한국에서는 디카 문화가 굉장히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단편이라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가 만나서 밥을 먹는데 사진을 한 장을 찍었어요. 이런 걸 블로그에 올리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 조각으로 서촌을 파악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건 좋은 것, 예쁜 것, 멋있는 것, 이런 걸 찍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서촌은 굉장히 허름한 동네에요. 오래된 동네인데 그런 건 사람들이 사진으로 잘 담으려 하지 않고 또 담는다 하더라도 그 맛이 제대로 안 담기는 거죠. 서촌은 분위기를 즐겨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 것을 <서촌방향>이라는 동네탐구기에 많이 담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제가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건데 예전 90년대에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가 글로벌화를 꿈꾸면서 통일된 문화를 갖는 것을 지향했다고 생각해요. 세계화라는 명목의그렇죠. 세계화라는 이유로. 먹는 문화도, 보는 것도 통일되게 한 곳에 집중되는 거죠. 글로벌화라는 거는 서양문화(헐리우드 영화처럼)에 집중되듯이 다양성이 아닌, 개성이 아닌 어떤 하나. 그런 통일성인데 21세기 들어서는 그 느낌이 로컬문화, 좀 더 지역문화적인 것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홍대에 있는 맛집이 신사동 가로수 길에도 있고 계속 프랜차이즈 분점을 내요. 그런 것이 삼청동에도 들어오고. 이런 것이 어떻게 보면 너무나 새롭지 않잖아요. 개성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특히 유명한 지역 같은 경우는 그런 형태의 변화를 답습한다는 거죠. 서촌은 그런 로컬문화와 개성이 굉장히 잘 살아있는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죠. 그것의 일환이 <서촌방향>인 거죠?그렇죠. 서촌도 많이 유명해졌잖아요. 그런데 유명해지는 곳은 한정되어있어요. 예를 들자면 기름 떡볶이 알아요? 기름 떡볶이는 서촌 안다는 사람들은 다 알아. 그런데 제 책 <서촌방향>에는 기름 떡볶이 소개가 안 되어있어요. ‘토속촌 삼계탕‘ 알잖아요. 제 책에는 토속촌이 없어요. 언급만 되어있고요.그렇죠. 언급도 ‘굳이 서촌에 와서 토속촌만 먹고 가야되느냐.’ 이런 식으로 언급이 되어있는 거고 소개하는 언급은 아니에요. 제가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정말 동네에 숨어있는 이야기들과 숨어있는 장소들, 알지 못하는 곳들을 끄집어내려고 그랬죠. 그런 노력들이 모여진 것이 <서촌방향>이죠. 책 서두에 보면 “장소의 혼과 장소감을 훼손하는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빈곤해진다. - 에드워드 랠프”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요. 책 펴면서부터 참 좋더라고요.저도 되게 좋아하는 문구인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보았어요. 에드워드 랠프라는 사람이 한 이야기인데 역사를 쌓아오는 것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역사성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그런 역사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서울은 너무나 빨리 자주 변화하죠. 그것도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면서. 서촌이라는 장소가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역사성인 것 같아요. 서촌이 청와대 옆에 있어서 개발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5층 이상의 건물을 못 짓고 고도제한이 있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서울시에서도 그런 옛날 모습들을 그만큼 보존할 수 있었던 건데. 이제 시대가 변해서 서촌도 개발이 많이 허용되고 있죠. 또 새로운 가게들도 들어오고 유명해지면서 과연 그 앞에서 서촌은 어떻게 변화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지금도 많이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서촌방향>을 통해서 사람들이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장소와 사람에 대한 저자님의 애정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비롯되었나요? 저는 거기서 태어난 사람이고 자라온 사람인데 사실 다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새로 이사 오시는 분들이 서촌에 대한 애착이나 애정이 더 많은 분들도 계세요. 저도 서촌을 원래 사랑한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서촌을 사랑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저는 서촌에서 태어나 자라왔던 제 유년시절 추억들을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 추억 속에 서촌이라는 지역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것 있잖아요. 서울사람들은 고향이 많이 없는데 시골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 고향에서 놀았던 추억들. 자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그렇게 정의를 하거든요. 서촌은 그런 고향 같은 느낌이 있어서 저한테는 고향이었죠. 태어나고 자라고 친구들이랑 놀고 그랬던 그 과정 속에서 나중에 커서 돌아보았을 때 서촌에 대한 애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애초에 2009년부터, 그 당시에 블로그라는 개념이 많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의 큰 특징이랄까? ’어떤 주제로 블로그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내 블로그 제목은 과연 무엇으로 할 것인가.‘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저도 뭐 단순히 내 일상다반사 이런 식으로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쓸까?‘ 했는데 그런 것보다 주제를 확실히 가지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찾다보니 우리 동네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니까 동네 이야기를 해보자. 이런 식으로 시작을 했던 거거든요. 사실 동기는 되게 여러 가지에요. 가장 큰 동기는 제가 아프리카, 미국 이런 데를 많이 여행했어요. 그런데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우리 동네가 정말 좋은 동네라는 느낌을 되게 많이 받았거든요. ‘서촌이 미국, 아프리카의 유명한 동네에 비해도 매력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구나. 근데 그런 것을 사람들은 많이 모르는 구나 소개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때부터 동네를 좀 더 사랑하고 돌아보기 시작했죠. 동네 소식지 <서촌 라이프>와 블로그 <효자동 닷컴>이 그렇게 시작된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하셨어요?일단 온라인 블로그는 회사생활하면서 취미삼아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어떤 사람은 ‘자기 여자친구랑 데이트 하고 싶은데 서촌 일대에 데이트 코스를 좀 알려달라‘는 부탁도 했는데 거절 안하고 막 숨은 코스로 알려줬더니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그렇게 시작하면서 ‘아, 이 동네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이 되게 목말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 온라인에 대한 한계를 느꼈어요. 웹진을 펼쳐도 온라인은 되게 오픈되어 있으니까 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다가가는 방법이 되게 한정적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오프라인으로도 이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는 사실 책을 낼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고 제가 책 낼 위인도 아니고 그런 정도의 글도 아니고. 이런 작은 이야기들을 소식지로 내서 처음 시작은 동네슈퍼, 마트 이런데다가 조금씩 가져다 놓아야겠다. 그러면 ‘조금 더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서촌라이프>였고. 동네소식지는 그렇게 시작했죠. <서촌라이프>를 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어요?많았죠. 일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는 돈이 들어요. 찍어내는데 돈이 들고 디자인하는데 돈이 들고. 사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가 있는데 제가 그런 걸 전혀 몰라서 다 제 사비로 했어요. 사비로 했는데 디자인 같은 것은 뜻이 맞는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소식지를 만들 때 하나 실수했던 것은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제작비를 어떤 식으로라도 마련해야 되는데 개인적인 사비로 충당하다보니까 지속하고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잠정적으로. 원래는 월간으로 하다가 격월간이 되다가 계간이 되다가. 이런 식으로 금전적인 상황에 맞게 계속 발행 스타일이 변했죠. 사실 금전적인 문제는 표면적인 거고 내부적으로는 동네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소식지가 과연 맞느냐는 거였어요. 무슨 말이냐면 오프라인으로 발행해야 되는 건 맞는데 소식지라는 것이 훌륭한 매체이지만 월간으로 나가다 보니까 우리 동네에 맞는 매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월간으로 발행하다보면 이전의 것은 정보가 묻히잖아요. 어떤 식으로라도 아카이빙해서 보여줄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것이 나오면 과월호가 되는 거잖아요. 과월호가 되다보면 충분히 생명력이 있는 정보인데도 7월호에 다루었던 것을 8월호에 또 다룰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식으로 계속 기사들을 업데이트해야 되는 거니까 내가 이야기하고 싶던 방향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서촌의 정보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었어요. 인터넷으로 쓰면 2009년 7월에 썼어도 2012년 9월에 보아도 2009년 9월의 정보가 계속 언제든 유지 되는 거죠. 그런데 잡지는 그렇게 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거는 맞지 않는 매체이구나. 잡지라는 것이 굉장히 훌륭한 매체이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서촌에 어울리는 매체는 아니구나.’ 그래서 일단 과감하게 접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걸 잘 활용하려는 생각은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서촌의 소식 중에서 빨리빨리 업데이트 되어야 되는 소식들이 있거든요. 분명히. 그런 것들은 어떤 특집호처럼 비정기적으로 하는 걸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죠. 서촌은 작가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서촌은 서울에서도 굉장히 찾아보기 힘든 유래가 없는 동네인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제한과 규제가 엮여있는 곳이고 또 청와대와 경복궁이라는 서울의 상징적인 건물 옆에 있는 동네이고. 강남 같은 경우는 허허벌판이었던 1970년대에 새로 생긴 신도시잖아요. 갑자기 논바닥 위에 생긴 (강남은) 논바닥에 소달구지 지나가고 그런 곳이었는데 서촌은 다르거든요.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오히려 그 훨씬 이전부터 사람이 살던 동네로써 존재를 해오던 곳이라서 그런 서사적인 레이어가 겹겹이 쌓여있는 어떤 두께감이 같은 서울인데도 강남과는 전혀 다르죠. 스타트가 이미 SINCE 1970과 SINCE 693. 뭐 이정도 급의 차이니까. 이런 오래된 역사성을 서울에서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히 희귀성이라고 봐요. 서울시에 대외적인 슬로건이 ‘서울역사 600년‘ 이런 식으로 자랑하잖아요. ’조선 600년‘ 이러잖아요. 그런데 그 600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되냐는 거죠. 그런데 서촌에는 그런 걸 느낄 수 가 있어요. 서촌에 아홉 구(九) 자에다가 굽을 곡(曲), 아홉 번 굽는 다고 구곡 골목이 있는데 조선시대 때부터 조선시대의 지도랑 현시대의 지도랑 비교를 해보았더니 똑같이 일치하는 거예요. 그 정도로 조선시대 때부터 지금까지의 골목이 일치한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거예요. 그런 면에서 그런 역사성이 서촌의 가장 희소가치가 있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까 <서촌방향>도 그렇고 이전에도 그렇고 서촌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겼을 것 같아요.참 어려운 질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이 되게 없는 스타일이에요. 책임감이라는 것이 되게 무겁잖아요. ‘과연 내가 그런 무거운 느낌을 받을 정도의 짊어지고 갈 정도의 사람이 되나?’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사실 아니라고 생각을 하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만나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굉장히 밝잖아요. 서촌이 되게 보존과 개발 사이에 놓여있는 상태에요. 저는 주민으로서의 책임감은 확실히 있죠. 또 토박이로서의 책임감도 있고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싶냐하면 포스트 같은 잡지, 신문 이런데서 취재요청, 인터뷰 요청이 오면 적어도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서촌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려는) 사람들이 인터넷과 단순 블로그와 사진 몇 장, 맛집, 카페, 갤러리 이런 팬시한 곳으로 들여다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돌리려는 노력을 저는 하는 거예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보에서 <서촌방향>을 내고 나서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다른 곳처럼 인터뷰를 하나보다 했는데 “서촌을 소개하고 싶은데 그 지역에 사는 유명한 사람을 알려 달라“는 거야. 무슨 뜻이냐면 서촌을 바라보기위한 어떤 창문, 시선을 꼭 유명인을 통하거나 예술인을 통하거나 유명 여행 작가를 통하거나 이런 식이라는 거죠. 토박이의 시선은 관심이 없어요. 그 사람들도 나름 서촌의 매력을 알고 있겠지만 토박이만큼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오는 어떤 관점들이나 소개되는 가게들도 대부분 다 유명한 기름 떡볶이... 이런 곳이에요. 이런 곳이 나쁜 곳은 아닌데 어디에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잖아요. 잘되는 곳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 있다고. 그런데 소개되는 곳은 계속 소개되는데 소개가 되길 원하거나 소개가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거예요. 물론 장사가 안 될 만한 이유가 있거나 장사가 소개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형편없거나 이런 데는 소개하면 안 되죠. 그런데 분명히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데 소개 안 되는 곳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죠. 소외계층이고. 저는 그런 곳들을 계속해서 요청이 온다든지 어디서 인터뷰가 온다든지 이러면 그런 곳들을 소개하거나 그런 곳들을 가보라고 그런 곳들을 이용해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저의 책임감을 덜고 있죠. 서촌에서도 아까 말씀하셨던 소개된 곳이 아닌 소개가 안 되었음에도 괜찮은 곳을 한 군데만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굳이 맛집이 아니어도 외국인들도 왔을 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한 군데라는 건 진짜 어려운데 그냥 난잡하게 이야기하면. 헐리우드 관계자들이 서울에 로케이션 헌팅을 온 적이 있데요. 와서 보았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전이지만) 강남을 가보고 굉장히 실망을 했다는 거예요. 그냥 너무나 똑같은 빌딩숲이라는 거죠. “아, 매력이 없다.” 그러고 나서 강남에서 종로로 이동을 했는데 여기라고. 자기네들이 보고 싶은 데는 이런 거라고. 종로도 피맛골 뒷골목 같은 허름한데 있잖아요. 이런 걸 원한 거라고. 외국인들이 관광지로써 진정 보고 싶은 서울의 것들은 뭘까. 명동? 홍대? 제가 외국인이면 아닐 것 같아요. 다들 취향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겠지만, 내가 프랑스를 가면 명동 같은 곳을 가보기 보다 진짜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같은 곳을 가보고 싶어요. 늘 그렇게 생각하는데 골목은 일반 도로고 누구의 땅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골목은 공공도로지만 좀 사유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뜻이냐면 앞집에 사는 사람의 길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나름의 방식으로 많이 꾸며요. 화단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딱지도 붙여놓고 개도 키우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빨래도 널어놓고 고추도 열어놓고 열무도 달아놓고. 되게 한국적인 모습이고 그게 어떤 골목의 사람 사는 진짜 모습이잖아요. 빨래 널고 있으면 ’어떤 옷을 입었나?’ 이런 것도 볼 수 있고. 서촌의 골목을 꼭 한 번 가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까 이야기한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골목이 주는 역사성과 깊이를 서촌의 골목에서 느낄 수 있다니까요. 무엇을 찾으려고 가기보다 아무것도 찾지 말고 골목을 다녀보라고. 굳이 여길 목적지를 두고 가는 여행이 아니고 서촌은 정말 발길 닿는 데로 가는 그런 여행. 내가 이방인으로써 헤매는 느낌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그런 불안함과 낯설음과 그런 것들을 서촌에서 제일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래서 서촌의 골목을 꼭 한 번 가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아까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서촌도 변화하고 있잖아요. 프랜차이즈들도 많이 생기고 있고.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어려운 문제인데. 프랜차이즈가 ‘좋다. 나쁘다’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서촌은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안 된다.‘ 느낌은 아니에요. 특히 큰길가 상권은 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그리고 경복궁역 옆 큰길가에 파파이스가 있거든요. 1994년도에 생겼어요. 지금이 2012년이면 2년만 더 있으면 20년이 되는. 그것도 어떻게 보면 프랜차이즈인데 되게 오래 되었죠. 큰길가 프랜차이즈는 막을 수가 없어요. 내가 뭐 대기업 아들도 아니고 개인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아니지만 단지, 그 골목상권이 굉장히 중요한데 ’서촌의 매력이 무엇이냐?‘ 서촌을 한 가지 이름으로 정의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대답 할 수 있거든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골목‘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다 개념이 달라요.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와 매력에는 다 다른 이유가 있는데 저는 골목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골목이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그 골목상권까지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과 모습, 제가 또 하기 위한 노력은 아까 말한 대로 도움이 많이 필요한 골목상권에 있는 곳들이거든요. 그런 곳들을 제가 적극적으로 알려주려는 노력을 하는 거고 그런 사람들이 자생력이 떨어지면 결국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본, 돈 많은 집 아들 커피숍, 돈 많은 집 딸 작업실 이런 식으로 변하게 되는 거죠. 정말 가게주인이 원해서 ’이제 그만둬야겠다.’ 그런 식의 변화가 아닌 돈으로 밀려나는 변화라면 골목상권만은 그런 변화의 바람에서 지켜내야죠. 골목만이라도. 책에서 ‘뉴욕의 태터드 커버 북스토어와 서촌 길담서원’을 비교하셨잖아요. 이런 로컬라이징 되는 곳이 최근 들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는데 이런 지역화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세요?지역화는 얼마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작은 동네에 서점을 가서 휴가 때 읽을 책을 15권을 샀거든요. 굳이 다른 데서 살 수 있는데도 동네 조그만 서점에서 산 이유가 있겠죠? 동네골목 상권 살리는 일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거예요. 로컬라이징이라고 하는 건 한마디로 정의하면 개성이거든요. 대기업은 다 규격과 정확한 사이즈로 양식화 되어 있어요. 개성이라는 건 정확한 사이즈, 규격이 없는 거고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으로 하는 거죠. 그만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거고 또 그런 것들이 로컬라이징이라고 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거예요. 단순히 동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고 동네가 잘 되는 방향에는 동네만의 고유한 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예를 들면 오래되고 맛도 있는 순댓국집이 있는데 약간 지저분하고 장사가 잘 안 돼요. 그 아저씨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개선만 되면 더 잘 될 만한 요인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이런 식으로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알려주고 사람들한테 그 매력을 알려주는 거죠. 예를 들자면 앞에다 ‘SINCE 1953’ 이런 식으로 몇 년도에 시작한지를 붙이는. 사람들은 오래된 맛집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소비자와 상인의 중간 계층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서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제가 (가게를) 하는 건 아니지만 서촌에 개성, 역사성, 스토리텔링을 담은 가게들이 많아져야 되잖아요. <사진 / 길담서원> 책에서 대오서점도 언급을 하셨잖아요. 최근 신문에서도 서점의 부재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가하면 홍대의 홍익문고가 사라질 뻔하는 등, 서점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혼이 서린 장소들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서점은 음식점이랑 달리 이제는 책을 많이 읽지 않잖아요. 특히 한국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죠. 지하철에서도 책을 많이 들여다보지는 않잖아요. 제 책도 많이 안 찍었거든요. 그만큼 책을 많이 안 봐요. 그러다보니 문제집을 파는 교과서적인 곳 말고는 서점이 잘될 리가 없죠. 저도 그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서점 같은 시대가 원하지 않는 업종, 그런 곳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죠. 안타깝고 ‘막을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지만. ’보안여관‘ 아세요? <서촌방향>에 나왔던 곳이죠?젊은 사람들은 모텔가지 여관은 이제 안 가잖아요. 그런데 그 여관을 어떤 미술 단체에서 매입을 해서 갤러리로 사용해요. 아니 왜 멀쩡한 돈 나두고 예쁘게 갤러리 꾸며서 지으면 되지 허름한 여관을 사서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 뜻은 그 옛날의 가치가 돈으로도 살수 없는 만큼 높다는 반증이겠죠. 저도 옥인상점을 운영하는 데가 오락실이었어요. (요즘엔) PC방 가지 오락실은 잘 안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을 완전히 새롭게 뒤엎지 않기를 희망해서 결국 제가 인수를 했고, 용 오락실이었다는 장소임을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밝히고 이야기하고 알리면서 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거죠. 이런 식의 변화가 굳이 되어야한다면 모든 것을 없애는 것보다 과거의 모습과 역사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서촌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것 같고요. <사진 / 옥인상점> 책 말미에 보면 '사랑'에 이응이 없어져서 '사라'지게 되는 것.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좋더라고요.제가 지었어요. 전 ‘그 이응이 돈인가?’라는 생각도 해봤어요.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동화 같은 이야기로 꾸며도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문장 되게 좋아해요. 이응이라는 게 여러 가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응이라는 녀석이 동그래서 굴러가기도 잘 굴러가고 되게 여린 녀석이어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서촌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트위터에서 서촌을 검색하면 저 욕도 되게 많이 먹어요. 무슨 말이냐면 나만 알고 싶다고 서촌 그만 알리라는 거예요. 저는 근데 그게 되게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뜻이냐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촌은 예쁜 곳들이에요. 카페 나 갤러리, 장사 잘되는 곳들을 자기만 알고 싶다는 거죠. 더 이상 장사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근데 내가 아까 이야기 했듯이 서촌이라는 곳은 굉장히 넓고 그만큼 관심이 필요한 곳이 맞는데 ‘서촌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발상이거든요. 그러면서 어느 날 보니까 ‘원래 저거 아니었는데 없어졌네? 무슨 일이 있었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잖아요. ‘저기 원래 다른 집이었는데? 아쉽다.’ 이런 식으로 끝나고 그걸 반복을 하는 건 너무나 바보 같은 일이잖아요. 그 집 사장님이랑 내가 알고 있었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냈겠죠.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와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든지’ 이런 식으로. 관계라는 거죠. 관계를 맺을 생각은 안 하고 사람들은 표면만 보는 거죠. ‘어, 무슨 일 있나보다.’ 이런 식으로 자기는 궁금한 의문을 표면적으로 던진 거죠. ‘이 컵이 신기하게 생겼네? 어디서 만들었을까?’ 거기서 끝나는 것. ‘이 컵을 어디서 만들었을까? 한번 알아보자‘ 이런 것도 아니고 거기까지 가지 않고. 그런데 그런 걸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왜냐면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모르니까. 모든 것의 깊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관계를 맺어야하는 단계는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는 <서촌방향>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카페 YM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어떻게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고 카페를 어떻게 꾸며나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 그런 걸 읽으면 사람들이 실제로 친근감을 느껴요. “어우, 그러셨다면서요?” 알지도 못하는 데도 페이스북 들여다보듯이. 괜히 아는 집 같고요. 그렇죠. 페북에서 별로 안 친한 친구인데도 뭐하고 지내는지 보다보면 “나도 그러께 호빗 영화 봤는데 이 친구도 호빗 봤네.” 이런 식으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계기가 있다는 말이죠. 그런 관계에 어떤 연결고리를 던져주고 싶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것이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떤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관심, 관계. 그래서 사람들이 서촌과 어떤 표면적인 관계가 아닌 내면적인 관계를 많이 맺었으면 좋겠다는 것, 내가 모든 관심사를 채워줄 수는 없지만 서로의 관심사도 그 관계를 통해서 그곳들이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어떤 집에 단골손님이 많으면 “내가 그만두면 그 단골손님들이 서운해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못 그만두게 되듯이 각자의 단골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 거예요. 관계로써. 서촌에서 사라진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 있다면요?저는 제 책에도 나와 있는 해장국집이 제일 아쉬워요. 효자동 해장국집이요?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이고 해장국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서민적인 음식이잖아요. 그게 없어지고 모 은행 현금자동인출기가 들어왔거든요. ‘굳이 거기에 그게 들어왔어야 되나?’는 생각을 하는데 그 해장국집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이고 특히 또 문화예술인들이 사랑하면서 작품으로 많이 남긴 곳이에요. 그런 시간들이 사라졌다는 게 서촌에서 느끼는 위기감의 가장 큰 부분 같아서 거기가 가장 많이 생각나요. 사람들이 북촌, 서촌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어려워하잖아요. 간략하게 비교해줄 수 있으신가요? 북촌과 서촌은 많이 다르죠. 이름만 비슷할 뿐이고 성격이 전혀 달라요. 북촌은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고 서촌은 반대로 서민들이 계속 살았던 곳이에요. 조선시대 때부터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고. 그래서 북촌은 굉장히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반면에 서촌은 되게 지저분해요. 어떻게 보면 난잡하고 좀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불편하고 찾기 어렵고. 하지만 서촌에는 북촌에 없는 것이 있는데 가장 큰 점은 인왕산이라는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대자연과 경복궁이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건축물 사이에 끼어있는 동네라는 점이죠. 그런 부분들을 알고 보시면 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서촌 이외에 서울 혹은 한국 내에서 좋아하는 문화적인 공간이 있으신가요?저는 서촌 바깥은 잘 모르는데. 서촌 이외에? (웃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서촌 이외에는 잘 몰라요. 어떤 사람이 표현한 걸 들었는데 서촌 사람들은 섬 같은 동네에요. 서울 시내 한복판인데도 되게 고립되어 있는 느낌. 그 안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해결 할 수 있고. 예를 들어서 미국 사람들이 미국 밖으로 여행을 잘 안하는 거 아세요? 미국 안에서 모든 매력을 다 느낄 수가 있어서 그래요. 서촌의 밀도는 되게 높아서 서촌 안에는 대형마트는 없지만 시장도 있고 빵집도 있고 굳이 ‘내가 맛있는 것을 먹으러 종로를 나가야겠다. 오늘은 뭘 보려고 어디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촌 안에서 해결이 굉장히 잘 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도 서울 사대문 안에 살지만 사실은 서촌 외에는 잘 모르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셨는데 못했던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서촌이 여의도 절반 면적이에요. 굉장히 넓은 지역이죠. 북촌보다 훨씬 크고 그만큼 넓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서촌의 매력을 알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제가 <서촌방향>을 통해서 쉽고 좀 더 친근하게 서촌을 알려드리려 노력을 했는데. 많이 부족하지만 만약 오래된 동네, 추억, 포근한 느낌을 받기를 원한다면 <서촌방향>과 함께 꼭 서촌을 한번 방문해보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이니만큼 또 그런 매력들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당신은 사랑하는 동네에 살고 있나요? 당신은 여러분의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동네에서 살고 계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