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문화당 서점 2013년 2월 19일 요즘은 다 인터넷으로 책 사죠?옛날 같지 않지요. 그러다보니까 인건비 내야지 집세 내고 하다보면 운영하기가 힘드니까 안국역 지하에 있던 서점도 (없어졌고) 버티기가 힘든 거지요. 여기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되게 오래 되었겠어요?73년도부터. 73년도라고 생각하면 까맣지만. (문화당은) 75년도에 오픈해서 한우물만 쭉 파다 보니 좋은 것도 있지만. 글쎄, 크게 후회는 안 하지요. 이 주변에는 학교도 많아서 학생들이 자주 오겠어요.그렇죠. 여기는 오지 말라고 해도 아침저녁으로 문만 열어놓고 앉아있으면 문지방으로 계속 드나들거든요. 더군다나 여기 계동 같은 경우 70년대에는 실업계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정하게 나이제한이 안 되어서 머리가 긴 학생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담배 피우는 학생도 있고 별 학생들이 다 많았어요. 저기다 담배를 놓고 앉아있으면 와서 살 것처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담배 하나를 가지고 뛰어넘어 가서 재동초등학교 골목까지 쫒아가서 붙들어 오고 그랬죠. 그런 시절이 한참 가고. 그때 당시는 대한출판사 주산문제집 같은 것들을 이렇게 쌓아놓고 팔았죠. 그때만 해도 교련복도 많이 팔았어요. 요즘은 학생들이 옛날이랑 다르죠? 실력은 좋아졌어요. 좋아졌는데 우리 문화가 가는 것이 지금 인성교육이 안 되어서 그걸 항상 느껴요. 요즘 학생들은 집에서 하나, 둘만 낳아 기르다보니까 같이 식사도 못하고 어우러지는 시간이 없잖아요. 자고 나면 학교만 가고 대학 가려고 학원가고. 인성교육이 안 되서 집에서 하던 식으로다가 사회 나와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로 착각을 해요. 남의 가게에 와서도 뭐 하나를 사면 그게 돈을 주고 사지만 상대방 생각을 해서 양보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무조건 일방적이거든. 한 학생이 그러면 옆에 친구도 덩달아 그러고. 걔 중에는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지만 너무 자기 위주로 하다보니까 인성교육이 사뭇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가정, 당국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기본적인 교육은 받아야 되는데 그런 것이 상당히 느껴지지요. 그래도 여기는 지금 두 학교가 실력이, 세무고등학교도 실력이 옛날에 대동(고등학교)하고 확실히 달라요. 더 높아졌죠?그렇죠. 옛날이 바닥이었으면 지금은 실업계 중에서는 최고. 중앙고등학교도 사립고등학교라서 실력이 좋아요. 오래하셨으니까 어릴 때부터 이 서점 왔는데 계속 이 동네에 살아서 자주 들린달지, 자기가 학생 때 이 서점 왔는데 자식 데리고 이 서점에 오고 그런 분도 있나요?얼마 전에도 들여다보면서 “아저씨 그저 계시네요.”이래. “그럼, 세상사 사는 것이 뭐 있나.” 웃으면서 그러니까 자기는 여기서 살다가 결혼해서 외국에 가서 살다왔다고. 왔다가 관광지로 변했으니까 자기가 다니던 학교 구경하러 올 겸 한 번씩 와요. 주소도 달라고 그러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그러고 가더니만 가서 (뭘) 보내와. 75년부터 40년 가까이니까...... 많은 학생들이 10대 시절에서 30년이 갔으니 이제 40대. 우리 아들이 마흔 다섯이거든요. 지금도 사실 도로가 좁은 거죠?그때는 4m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6m 도로인가. 좁지는 않아요. 충분히 차가 교차로 다닐 수 있지요. 문제집은 처음부터 파신 거예요?처음에 시작은 학교 앞에 문구를 1년 정도 하면서 (학생들이) 이걸 찾으니까 학생들이 자주 찾는 것 위주로 해야 될 것 같아요. 이것 외에도 가져다 놓으면 다 나가요. 우리가 나이가 많으니까 줄여서 그렇지. 학생들이 많으니까 필요한 것, 먹을 것도 가져다 놓으면 다 잘 되요. 저희 동네도 작은 서점이 하나 있는데 학생들 필요한 것만 있는 곳이라 다른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한창때하고 40여년이 지났는데 7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했는데 그전처럼 하기에는 움직이는 것이 힘이 들지요. 가져다 놓는 것도 그렇고. 지금 책이 덜 들어왔어요. 12월이면 책이 싹 들어갔다가 (신학기면) 꽉 차고 이런 덩어리가 막 들어 와야 되요. 그리고 일반 서적 같은 것은 꽂아놓으면 1년이 넘게 꽂혀있기도 하는데 이 책(문제집류)는 1년마다 교체를 해야 되요. 이 동네에는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아닌가요?생활여유가 좋은 사람들은 그냥 있고 중간층 사람들은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은 여기 땅값이 많이 올랐어요. 인기가 많아서 지금은 앞으로 시에서 지원을 해주런지는 모르겠어요. 해준다고는 그랬으니까. 그러면 옛날에 7,80년대랑 지금이랑 이 동네를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마음에 드세요. 아니면 옛날에 고즈넉했을 때가 마음에 드세요.돈에 대한 마음을 말하는 거예요, 풍경을 말하는 거예요? 그냥 풍경이요.풍경은 지금이 낫지요. 지금이 더 나아요?돈을 버는 건 그때가 낫고. 아, 서점이 번창할 때요? 그때는 학생 수가 한 학교 한 학년이 800 ~ 900명이었어요. 그러면 두 학교면 얼마야. 3000명이 넘네요.그런데 지금은 한 학년이 200~300명. 많이 줄었어요. 대신에 수준들이 많이 높지요. 여기는 학교가 남녀공학이라 서로 의식을 해서 복장도 단정해요. 또 학교(대동세무고)가 종근당 재단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오래 있어도 근래에 교장선생님이랑 선생님들이 그렇게 착할 수가 없어요. 세무고등학교는 특별하게 교장선생님은 날 볼 때마다 깍듯이 인사하고 눈이 오면 여기까지 치워주고 그래요. 누구한테나 그렇게 친절해요. 남녀공학이라 학생들한테 아주 철저한 기본적인 교육을 시켜요. 웬만한데 가면 물건을 사도 ‘좀 싸게 사라‘ 그럴 텐데 여기는 학교에서 심부름을 와서 살 때 우리가 가벼운 거라도 하나 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절대 그런 것 안 받아요. 민폐를 끼친다고. 학교에 서무과 아가씨 같은 경우도 와서 사거나 할 때 껌이라도 하나 주려고 하면 자기 분이 아니면 안 받아요. 다른 학교는 모르겠는데 이 세무고등학교는 갈 때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들어가야 되고 옷매무세도 단정하게 하고 들어가지 다른 학교마냥 다니는 일이 없어요. 세무라는 것이 공적인 세금에 관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그런지. 저희가 서촌에 있는 서점이랑 이곳 문화당 서점을 들렸는데 확실히 좋은 학교랑 좋은 서점이 있으면 동네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여기는요. 날씨 좋은 날이면 시장 같아요. 여기부터 저 끝까지 사람이. 최근에 더 그렇게 된 거죠? 한 2, 3년 사이에. 갑자기 이렇게 사회가 바뀌니까 지나가는 사람은 발전이 되서 좋다고 그러지만 그중에는 갑자기 이렇게 돼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이 실정을 모르고 들어왔다가, 투자했다가 투자가치만큼 발생이 안 되는 수도 있거든요. 18개 정도 되던 게스트 하우스가 뭐 60개가 된다는데. (그리고) 이 동네는 공방이 많아요. 근데 몇 년 있다가 또 금방 바뀌어요. (그게 잘 되려면) 사람이 더 많이 다녀야 되요. 계속 있으려면그렇죠. 그런데 지금처럼 겨울 같은 때는 다 쉬잖아요. 인사동처럼 그렇지는 않으니까. 만약에 원서동으로 해서 잘 계발을 해놓으면 아마 종로구에서도 굉장히 덕을 볼 거예요. 지방에서도 애들 데리고 와요. 관광 투어를 한다니까. 여기서부터 가회동 1번지. 중앙고등학교까지. 지방 저 멀리에서도 많이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토요일에도 보니까 중학생, 고등학생 될까 말까한 아이도 “어디서 왔니?” 물어보니까 남해에서 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걸 서울시나 구청에서 잘 해서 여길 관광단지로 해주면 앞으로 아마 종로구에서도 크게 덕 볼 거야. (그래도) 10년 20년 후에 봐야지요. (그리고) 여기 교장선생님 좀 많이 강조해주세요. 너무 칭찬해주고 싶더라고요. 정말 틀림없는 사람이고 너무 깍듯하고 예의바르시고 참 학생들한테도 주위사람들한테도 잘 하실 수가 없어. 공손하고 머리를 숙일 줄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