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안부安否 21명의 문학 작가에게 보내는 시민의 답장 - 한여진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 이주연 님의 답장 - 한여진 시인님께 쓰는 답장 작가님, “아무리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지금 현재를 흔들어 놓더라도 ‘사상 초유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파괴된 일상’ 이런 말들이 주변에 가득하더라도 또 너무 많아서 점점 무뎌질지라도 미래씨, 당신이 지금 여기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하루를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작가님이 풀어 놓으신 여러 일상의 미래씨는 몹시 지쳐 보입니다. 저는 그런 미래씨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삶의 모든 부분들을 만족하며 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2019년도의 주연씨처럼 말이죠. 아침잠이 많은 주연씨는 5분마다 울리는 알람을 껐다가 자다가 껐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며 마지노선의 시간에 겨우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갑니다.대충 양치를 하고, 눈꼽만 떨어질 정도의 고양이 세수를 마무리 한 후에 옷을 입기까지 20분. 오전에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하는 건 주연씨에게는 사치입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씻는 시간 동안 무엇을 입고 출근할지 생각하여 헐레벌떡 3호선에 몸을 싣습니다. 3호선을 타면 8분밖에 걸리지 않는 회사에 도착하는데 아슬아슬합니다.상사가 먼저 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교문 앞에서 학주가 교문을 닫기 직전 뛰는 것처럼 미친 듯이 뛰어서 도착해요. 여기서부터 주연씨의 하루가 시작됩니다.빗자루를 들고 이쪽 저쪽 쓸어가며 휴지통을 비우고, 화장실 청소도 주연씨의 담당이에요. 오전 회의하기 전에 커피 내리는 것도 주연씨의 몫이죠.모두 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나면 각자의 업무보고가 시작됩니다.뭐, 쉽게 말해서 각자 오늘의 할 일을 소개하는 시간인 거죠.하지만 그건 남일입니다. 주연씨는 일과 관련 없는 것들을 많이 담당하여 했었죠. 주연씨는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모은 돈도 없고 쥐뿔도 없지만 그냥 떠나야만 했습니다. 퇴사 전에 학력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학원 홈페이지를 들어갔습니다. 웬일인지 원서접수 기간이네요. 주연씨는 별 고민 없이 접수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도쿄를 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찾아 봤어요. 백수가 된 후에 떠나는 여행은 주연씨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일탈을 해야만 재미있으니까요. 당장 그 주 주말에 월차를 내고 일본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호텔도 비행기에서 예약을 했지요. 겨우 찾아간 곳이 한인 타운이었습니다. 주연씨는 일탈을 하기 위해 떠난 곳에서 행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주연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몸 곳곳에 타투를 새겼어요. 그 또한 행복하고 재밌었습니다. 평생을 기르던 머리도 단발로 잘랐고요. 2021년의 주연씨는 그때의 일탈로 지금을 살고 있어요. 언제 또 일탈을 할지 타이밍을 보면서요.지금 하루를 만족하면서 살기에는 다른 재밌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있어요. 주연씨는 계속해서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전 재산을 몰빵한 것도 수단이겠죠. 미래씨, 잠깐 엇나가서 더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니 걱정 말고 뛰어들어요. 우리는 오늘로 만족하는 삶은 살지 맙시다. 주연씨로부터 프로젝트 안부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ART MUST GO ON> 선정작 주관 다시서점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기획 김경현성우 강민경디자인 디오브젝트녹음 109사운드 참여작가김민식 김민지 김소연 김연숙 김태형 나희덕 박은영박철 서이제 송경동 신종원 우다영 육호수 이기리이현호 정여울 정훈교 차도하 차유오 한여진 황종권 참여시민강대호 강지영 안성은 이빈나 이연희 이주연 장유림 정다혜 S * 이 원고의 판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원고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