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하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프로젝트 안부安否 21명의 문학 작가에게 보내는 시민의 답장 - 차도하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 S 님의 답장 - 차도하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작가님.차가운 바람과 쌀쌀한 공기가 숨 막히던 지난 여름의 더위를 마치 꿈만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적응 잘 하고 계신가요! 더위가 지나고 가을에 익숙해질 즘 되니 연말이 코앞이네요. 시간의 속도 무섭습니다..! 저는 요즘 정신없이 지냅니다. 바쁘기도 조금 바쁘지만 마음이 심란해서 더 정신없이 느껴져요. 꽤 오랫동안 하던 서비스직을 관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컴퓨터 디자인을 두 달 전부터 배우고 있어요. 컴퓨터 디자인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건 아니고 새로 무언갈 시작하려는데 할 줄 아는게 없고 대학 때 전공한 음악은 너무 쉬어버리는 바람에 제 것이 아니게 되었고 (아 물론 전공 때도 재능은 없었어요)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나름 접근이 쉬운 시각디자인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배우면 배울수록 영 저에게 맞지 않는 분야라는 생각만 들고 그로 인해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라곤 없네요. 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분류되는데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함이 커져가요. 어릴 때는 꿈도 확실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게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하고 싶은게 없는데 뭔가를 하긴 해야 하고 느긋하게 찾을 수도 없고 그 사이에 낀 저를 원망하는 날들도 있어요. 그러기 싫은데 말이죠. 지금이 지나가고 제가 다시 서비스직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분야의 직장을 갖게 되면 이 불안은 좀 나아지겠죠?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어떤 형태로든 애써주는 내가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을 텐데도 또 사건 안에서는 벌벌 떨게 됩니다. 나를 믿지 못해서일까요? 소심한 저는 담대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최근 건강 상태가 별로예요. 체하고 두통에 감기 기운까지 이번 주는 정말 최악이네요. 오늘도 미열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몇 년 전에 한 번 심하게 위염을 앓은 뒤로 가끔 이렇게 체하곤 하는데요. 먹는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너무 고통스러운 증상이에요. 일단 하루 한 잔 이상은 꼭 먹어야 하는 커피부터 위에 너무 부담이어서요. 근데 또 안먹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자제.. 정도는 해보려고 하는데 커피 놓기가 쉽지 않아요. 더 나이 들면 후회하려나요. 먹지 않아도 후회할 것 같아서 일단 하루 한 잔 정도로 타협을 보고 있어요. 맵고 짜고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위염을 가질만한 충분한 자격이 되기 때문에 이번 주에 다시 만났는데요. 아프고 불편하기 때문에 일단은 조심할 생각입니다. 세상엔 맛있는게 너무 많은데 먹으면 안되는 음식들이 더 많아요. 그런 생각만으로도 급격하게 슬퍼져버립니다. 체한게 다 낫는다면 매운 떡볶이를 먹고 싶어요. 밀떡으로요. 위염은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커피와 떡볶이만큼은 헤어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진짜로. 안부라고 하니까 말예요..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안부를 안 묻고 사는것 같아요. 저는 20대가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내가 너무 힘들고 비참하니까 사람을 안 찾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30대를 맞이하고 조금 나아지니까 그때는 안부를 묻지 않고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지내는게 익숙해져서 또 안 물어보게 됐구요. 물론 가끔씩은 안녕한지 묻곤 했지만. 정말 주변을 살피지 않는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예요. 사실은 도망친 거였거든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더 세밀하게는 나를 알고 있으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요. 도망친다고 도망이 쳐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면 괜찮아질까 싶어서 힘써 외면해 왔었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편한 것도 있었어요. 구태여 나의 상태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그걸로 괴로움을 쌓지 않아도 되니까요. 잘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하는게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 전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잘 안 보이더라고요.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멀어질때 그 사람들 사이엔 어쩌면 나 자신도 있었나 봐요. 보기 싫고 알고 싶지 않고 돌봐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님의 편지를 받는 지금도 나의 안부를 떠올리면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감이 오질 않아요. 바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은 많지만 그걸 빼면 그냥 텅 비어있는 것만 같아요. 아니 오히려 텅 빈걸 감추려고 막연한 불안함을 부풀려 채우는 것 같기도 해요. 너무 오래 나의 안부를 묻지 않을 탓일까요. 나는 나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는데 말예요.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대답밖에 떠올릴 수 없는 날이 왔으면 해요. 잘 지내기 위해 살아내는 보통의 하루하루가 주는 힘이 작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 하루를 잘 살아내 봐요. 거창한 거 없이 매일 반복되더라도 그거대로요. 제 일상 얘기를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일상이 별거 없어서 적을게 없었어요. 그냥 답답한 제 상태만 주저리 늘어놓았네요. 언젠가 또 작가님의 글에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독자로 찾아갈게요! 건강하게 지내다가 글에서 만나요! 10월의 마지막을 보내며 S로부터. 프로젝트 안부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ART MUST GO ON> 선정작 주관 다시서점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기획 김경현성우 강민경디자인 디오브젝트녹음 109사운드 참여작가김민식 김민지 김소연 김연숙 김태형 나희덕 박은영 박철 서이제 송경동 신종원 우다영 육호수 이기리 이현호 정여울 정훈교 차도하 차유오 한여진 황종권 참여시민장유림 정다혜 안성은 S * 이 원고의 판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원고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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