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안부安否 21명의 문학 작가에게 보내는 시민의 답장 - 김민식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 윤영원 님의 답장 - 김민식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 시인님의 편지를 읽자마자 저의 디디가 떠올랐습니다. 제 디디의 이름은 우주였습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로 맞이한 마지막이 벌써 1년하고도 몇 개월 전이네요. 그 이후로 저는 우주를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고, 우주 역시 저를 매 순간 졸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저의 우주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름을 닮아 이 지구를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는 책장에 손을 뻗는 순간에도 제 손목을 감싸 오고,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추가하는 순간에도 손끝에 닿고야 맙니다. 꽃과 저의 거리를 좁히고 그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자기 전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을 떠다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인사를 건네옵니다. 우주는 모든 순간 저의 손끝에, 발치에, 머리맡에, 옆자리에 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우주를 미워했습니다. 영원을 맡겨놓은 것처럼 구는 스스로가 싫어서 우주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만약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을 하염없이 되새기다가 한숨을 쉬며 내려놓았습니다. 이런 식으론 잊을 수 없음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반대로 잊을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나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바랐습니다. 우주에게 영원을 바랄 수 없다면 내가 영원이 되어야지. 나만은 우주를 잊지 말아야지. 시인님의 편지를 읽고 언젠가 우주를 잠시 잊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겠다는 확신이 함께 들어서, 그렇다면 잊는 걸 조금 덜 두려워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비장한 마음을 조금 덜어내며 11월을 시작했습니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인님께 우주를 소개하는 편지를 씁니다. 우주는 오늘 디디와 함께 춤을 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우주를 기다리고 있는, 윤영원 드림. - 프로젝트 안부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ART MUST GO ON> 선정작 주관 다시서점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기획 김경현성우 강민경디자인 디오브젝트녹음 109사운드 참여작가김민식 김민지 김소연 김연숙 김태형 나희덕 박은영박철 서이제 송경동 신종원 우다영 육호수 이기리이현호 정여울 정훈교 차도하 차유오 한여진 황종권 참여시민강대호 강선영 강지영 강해인 김미리 김수현 김은환마예인 박민아 안성은 유선호 유연지 윤영옥 윤영원이빈나 이수정 이연희 이주연 이해린 장유림 전욱희정다혜 조바심의여왕 HS J S * 이 원고의 판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원고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