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안부安否 21명의 문학 작가에게 보내는 시민의 답장 - 김민지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 안성은 님의 답장 「최선이 최선으로」 편지가 귀한 세상에, 최선으로 시작해서 최선으로 끝나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귀한지요. 귀한 분의 다섯 가지 바람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고, 가지런히 써 보았습니다. 다섯 가지 바람에 저 또한 다섯 가지 바람으로 답장을 하려고 합니다. 바랍니다. 코로나19로 금전적, 신체적 피해를 입은 이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바랍니다. 서로를 이해하기에 계속해서 실패하더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바랍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바랍니다. 아이들이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초록색 자연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바랍니다. 차별과 혐오로 각박해지는 세상보다 사랑과 관용으로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편지를 쓴다는 게 뭔가. 세상의 기준을 효율성과 돈으로만 본다면 하등 쓸모없는 무용한 일일 수도 있겠죠. 왜 저는 무용한 것에 마음이 끌릴까요. 세상의 기준으로는 무용할 지라도 그 속에 있는 잔잔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그런 사람들과 더 많이 이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학창 시절, 가훈을 적어 오라는 숙제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적어 갔던 기억이 납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입사원의 대답에 최선만 다하면 뭐하냐, 결과가 좋아야지 라고 면박을 주는 풍경이 같이 떠오릅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겠지요. 어떻게 보면 면피용 대답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사람에게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선이 최선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온 정성과 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그 사람을 응원하며 같이 나란히 서고 싶습니다. 각자의 최선을 응원하면서 그렇게, 지금보다 아름다워질 미래에서 만나요. 우리. 추신) 질문에 답을 드립니다. -여럿이 모여 침이 다 튀도록 일렁이는 기쁨을 이야기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 사진을 찾아 보았습니다. 마스크 없이 사람들과 웃고 떠들던 때는 2020년 구정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6개월 갓 넘은 둘째와 6살 첫째를 데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부산 가는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마스크까지 써야 했다면 땀이 더 많이 났겠죠. 아니다, 아예 못 갔었겠네요. 그 이후로 올해 구정까지 계속 시가에 갈 수 없었으니까요. -입속이 마르지 않게 고이는 침처럼 끊임없이 삼켜야 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계신가요. >> 말이 어려워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나 홀로 배설하듯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정리가 되는 게 느껴집니다. -만나기 어려워 전보다 멀어진 관계가 있나요, 이전보다 애틋해진 관계도 있나요. >> 코로나19로 만나기 어려워 전보다 멀어졌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 정도의 관계였겠죠. 오히려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애매한 관계에서 만남을 거절하는 핑계로 더 자주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 사이에 나는 어떤 거리감으로 나 자신에게 머물고 있나요,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리 멀지 않은 사람인가요. >>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관심은 바깥쪽보다는 안쪽으로 향하고 있기에 남보다는 나 자신 스스로를 탐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기준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 맺기를 원하는데요. 제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편입니다. -자주 머무는 공간의 모습은 어떤가요. 더 정돈되었나요, 반대로 어지러운 상태가 되었나요. >> (아이들 핑계를 대며) 항상 어지러웠기에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재택근무가 있어서 집안일을 할 시간이 더 늘어났던 것은 좋기도 하면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어디에 있을 때 편안한 모습인가요.>> 집에 있을 때 입니다. 집에 '혼자' 있어야 합니다. -전보다 환기를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습니다. 버스를 타면 제 자리에 창문을 조금 열어 놓습니다. -움직이지 않아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편인가요.>> 제 부캐 중에 산책자가 있습니다. 움직이고 장소를 이동해야만 합니다. 그곳이 어디라도. -부족한 여행의 기분을 어떻게 채우려고 하나요.>> 책을 읽습니다. 여행기를 전보다 더 자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21년 10월 27일,노래져도 빨개져도 괜찮은 가을날 안성은 드림 안성은자투리 시간을 모으고 모아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아이 둘 엄마입니다. 프로젝트 안부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ART MUST GO ON> 선정작 주관 다시서점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기획 김경현성우 강민경디자인 디오브젝트녹음 109사운드 참여작가김민식 김민지 김소연 김연숙 김태형 나희덕 박은영 박철 서이제 송경동 신종원 우다영 육호수 이기리 이현호 정여울 정훈교 차도하 차유오 한여진 황종권 참여시민장유림 정다혜 안성은 * 이 원고의 판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원고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