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교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프로젝트 안부安否 21명의 문학 작가에게 보내는 시민의 답장 - 정훈교 시인께 답장을 보내드립니다 - 강대호 님의 답장 - 「아홉 번째 계절」 정훈교 시인에게.안녕하세요. 나뭇잎들이 가을의 색을 칠하기 바쁘고, 낮과 밤의 기온도 꽤나 변덕스러운 요즘. 잘 지내고 계신지요.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고, 붉게 물들어가는 마음으로 답장을 드립니다.우선 시인님의 편지에서 ‘무서운 친구’라는 단어로 코로나19를 표현하셨는데, 저도 이 표현에 공감을 했기 때문에, ‘친구’라는 표현 활용하려 합니다. 지금은 비록 퇴사를 했지만, 2019년 겨울과 2020년 봄을 지내면서 저는 ‘공포’보다는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직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일 매출이 하루하루 줄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었습니다. 퇴근 후에 가끔 공원을 뛰러 나갔던 취미도 마스크를 낀 채로 뛰려니까 엄두조차 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했죠.담당 매장 점주들은 당장 매출이 줄어 힘들어하는데 “그냥 밥 먹듯이 출근~퇴근, 이렇게 한 달을 채우면 월급이 나오고, 이게 맞는 건가? 근데 그렇다고 내가 점주들을 도와줄 수 있는 번뜩임이 있을까?” 하는 답보상태였습니다. 어떻게든 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학창 시절부터 저는 ‘책’이라는 오브제와는 친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말이 ‘법’이었던 어린 시절엔, “4시부터 정규방송이 나오니까 친구들이랑 놀다가 4시 되면 집에 들어와서 EBS를 보렴. 만화책은 나쁜 거니까 보면 안 돼”라는 말을 철석 같이 믿고는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 16시에 집에 들어와서 애국가부터 시청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어린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 친구들이 열광했던 ‘드래곤볼’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좀 두껍다 싶은 교과서는 훌륭한 베개였죠.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독서량은 일 년에 다섯 권 남짓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편지를 쓰면서 보니까 제가 대학교에 들어간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네요. 각설하고, 작년 2월부터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에 한권씩 읽어나가면서,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작가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점차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봤던 내용을 활용해서 매장 프로모션을 기획부터 실행. 결과 분석까지 해 보기도 했습니다.서른이 넘도록 몰랐던 세상을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몸소 알게 해준 걸 보면, 정말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무서운 친구’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인정받고, ‘린치핀’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퇴사를 한 것.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안부를 전할 수 있다는 것. 인생이란 참 모르겠습니다. 2019년 겨울 이후 벌써 여덟 번째 계절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전에 유행했던 역병처럼, 그리고 변해가는 계절처럼 자연스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서운 친구’는 저희가 이제껏 지구에 세 들어 살면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던 것이 화가 나도 아주 단단히 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었으면 미리 언질이라도 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놀랍게도 이 친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푸른 하늘’이 주는 행복과 ‘붉게 타들어가는 노을’이 주는 감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사람이구요.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이번 친구는 참... 눈치도 없고, 정도도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 ‘친구’를 보지는 않았지만 명대사는 알고 있습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계절이 여덟 번이나 바뀌어버린 지금. 눈치 없는 이 친구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쓰는 일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특유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그 냄새는 마스크를 뚫고 코를 자극합니다. 여덟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우리는 마음의 창을 열어두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덟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하늘은 점점 맑아졌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부디, 아홉 번째 계절이 오길 기다립니다. 이제, 그만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홉 번째 계절이 오면, 하얀 눈을 닮은 치아를 드러내면서 안부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노라고. 저는 잘 지내고 있었노라고. 보고 싶었노라고. 2021.10.31.강대호 드림 프로젝트 안부2021년 코로나19 예술지원 <ART MUST GO ON> 선정작 주관 다시서점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기획 김경현성우 강민경디자인 디오브젝트녹음 109사운드 참여작가김민식 김민지 김소연 김연숙 김태형 나희덕 박은영박철 서이제 송경동 신종원 우다영 육호수 이기리이현호 정여울 정훈교 차도하 차유오 한여진 황종권 참여시민강대호 안성은 이빈나 장유림 정다혜 S * 이 원고의 판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원고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려면 출판사와 저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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