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 창간호] 해밀 에세이

해밀 에세이 토요일이면 가야만 하는 가게가 있다. 아침 먹고 다시 누웠다가 또 허기져 눈을 뜨는 오후 2시. 올해 정년퇴임을 한 엄마는 ‘아침도 해줬는데 점심은 네가 좀 해라’ 하신다. 슬리퍼를 끌고 언덕을 내려간다. 최대한 팔은 가만히. 꼴은 우스꽝스럽지만 그래도 꽤 덜 덥다. 더우니까 멀리 가지 말자. 횡단보도 앞에 기다리며 두꺼운 몸뚱이를 덥히지 말자. ‘은수네 초밥’으로 향한다. 모듬 초밥 두 개 시켜 포장해 집으로 들고 간다. 돌아가는 길에 ‘파워 유통’ 에서 맥주 네 개들이를 산다. 에어컨 켜두고 앉은 식탁에 초밥과 맥주를 푼다. 찬 맥주에 밥알이 부드럽게 풀려나간다. 광어부터 장어까지 다기한 식감의 생선회가 주말 오후를 채운다. 아침도 해준 엄마는 사온 점심밥에 만족하며 오침에 든다. 이제부터다. 엄마는 잠에 들었다. 아직 배고픈데, 입은 하나뿐. 지금이다! 밥을 먹었으니, 빵을 먹을 시간이다. 팔을 툭 떨어뜨린 채 움직임을자제하며 문을 나선다. ‘모에뜨’ 문을 열자마자 왼쪽을 훑는다. 스콘, 에그타르트, 앙버터 그리고 구운 식빵 위에 꿀(?)로 견과류막 붙여둔... 사다 담을 줄만 알았지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몇 년을 매주 갔으면서 말이다. 식사 빵도 좋지만, 초밥을 먹었으니 후식 빵의 시간이다. ‘우디’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도 산다. 비닐봉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방으로 들어간다. 달콤하고 풍미 있는 맛에 가득 찬 배를 두드리며 스르륵 잠이 든다. 책상 위에 벌어진 난잡한 파티는 곧 엄마에게 들킨다. 배신감을 느꼈는지 저녁밥이 없다. 먼저 드셨단다. 카레 해둔 걸로. 체중 측정에 미친 나는 밤 10시까지 참다 참다 집을 나온다. 배는 고프고, 시원한 맥주는 땡기는데 집에서 먹긴 싫다? ‘제네릭피자’로 간다. 지하에 있지만, 야외 테라스가 있다. 야외에서 여름 바람을 맞으며 피맥 할 수 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피자와 연거푸 들이키는 500 생맥주 두 잔이 이 새벽을 억지로 새우게 만드는 힘이다. 배가 불러도 버릴 수 없는 엣지는 토요일 식도락의 종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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