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인님 자랑 / 운

우리집 주인님 자랑 고양이 자랑을 하라고 하시기에 그냥 사진만 봐도 왜 나의 자랑인 지 설명이 되는데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한가 싶다가 제가 제 고양 이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몇 자 적습니다. 슈는 가정 분양으로 만 난 아이인데 여러 형제 중 제일 작고 뾰족하고 쥐같이 생긴 아이를 데려와 훌륭한 돼지 고양이로 장성시켰습니다. 깜이는 입이 짧고 가리는 게 많은데 슈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하고 어 떤 간식이든 일단 입에 넣고 보며 깜이가 남긴 간식까지 싹싹 긁어 먹는 고양이인지라 덕분에 두려움 없이 이것저것 새로운 간식들을 도전해 볼 수 있었어요. 동결 건조한 열빙어를 사줬을 때 입에 문 채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뜯어먹고 던지고 행복해하느라 거실 바닥을 온통 열빙어알들로 부벼 놓았을 때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먹는 것엔 열정적이지만 성격이 느긋하고 행동이 느려서 겨울날 식 구들이 외출하고 돌아와 꽁꽁 언 손을 따끈한 슈의 뱃살 밑에 넣 고 녹여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주는 순한 아이였습니다. 아 근데 물긴 물어요. 슈가 나이가 들고난 후에 저는 집에 돌아오면 항상 슈 가 있는 안방 침대 발치로 가서 “할아부지 저 왔어요.” 하며 자는 애를 깨워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뽀뽀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때도 그저 잠이 덜 깬 눈으 로 끔뻑금뻑하며 저를 올려다보곤 했는데 저는 그 시간이 정말 포근했어요. 제가 첫사랑도 하기 전에 만나 저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어떤 존 재에게 이만큼의 사랑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감정을 알려준 저의 첫 고양이입니다. 슈는 우리 아빠의 머리가 새까맣던 때 우리 집에 와서 일생을 우리 가족과 함께 살다가 2020년 3월 7 일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슈는 털이 아주 하얗고 눈이 아득할 정도로 새파란 고양이라 파 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는 걸 올려다볼 때마다 저는 슈가 거기 있다는 걸 확신합니다. 저의 마지막 고양이 깜이는 슈 를 만나고 일 년 뒤에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친구가 길에 서 데려온 이후로 주변 친구들 세 명의 집을 하루 이틀씩 전전하다가 우리 집으로 온 아이 입니다. 그래서 전 평생을 깜이가 스트릿 출신 고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화 곡동 남부시장 채소가게의 터줏대감이었던 고양이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였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어요. 깜이는 사실 남부시장 출 신 고양이였던 것입니다. 낯선 곳을 돌아다니던 끝에 제 손에 들린 채 로 평생 살 집을 찾았던 기억 때문인지 저를 귀찮게 구는 인간쯤으로 생각했던 슈와 달리 깜이는 저의 껌딱지입니다. 꼭 사람처럼 밤이 되면 제 침대로 가 다리 사이에 동그랗게 몸을 말거 나, 겨드랑이 사이에 빈틈없이 붙어오거나 해서 잠을 자는데 그러고 누워있으면 엄마 이거 봐 얘가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큰 거야 하는 생각 을 하면서 저도 잠이 듭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제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기라도 하면 침대로 가는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서 먼저 침대에 도착해있어요. 그럴 땐 잘못한 것 없이 대역 죄인이 된 심정입니다. 우리 집 애기 막둥 이인지라 어리광도 많아서 제가 침대에 갈 시간이 넘었는데도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으면 소등하는 교관처럼 승질을 그렇게 내는데 그게 그렇 게 좋습니다. 길에서 살던 동물이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아 건방져진 이 야기는 언제 들어도 행복한데 그게 우리 집 고양이 이야기라 더 좋아요. 깜이는 여전히 큰 소리에 잘 놀라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집에 오기만 해도 침대 밑에 들어가 안 나오 던 때와는 달리 누구든지 새로운 사람만 보면 환영식마냥 무릎을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씻고 난 후에 문을 열자마자 계속 거기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던 깜이의 동 그란 눈을 맞닥뜨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보자마자 네가 나한테 보여주는 게 사랑인 것 같지 하고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그날은 바로 침대로 들어가 깜이를 가슴팍에 얹어두고 잠이 드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어요. 몇 자 적 는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 게 무색하게 말이 많아졌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저의 고양이들을 떠올리면 언제나 말이 늘고 기분이 들뜹니다. 하지만 민망하진 않습니다. 사진을 봤으니 아시겠지만 그럴 만 한 애들이에요. 그럼.. 감사히 여기시기를. 운(강서구 우장산동 거주, 스크린 고스트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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