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뉴욕 미술시장을 알면 세계미술이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뉴욕은 세계미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한다. 20세기 작가들에게 뉴욕의 소호는 곧 19세기 파리의 몽마르트였다. 5,60년대를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의 굵직굵직한 미술조류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또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그러므로 뉴욕미술은 곧 세계미술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뉴욕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번역서나 미술잡지를 통해서 간접적/단편적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모더니즘 미술의 세례를 받은 우리 작가들에게 뉴욕은 동경이 땅이었다. 그러다가 유학생이 늘어나고, 그곳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뉴욕 미술은 서서히 환상의 베일을 벗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주변인으로서의 체험담이었고, 뉴욕은 여전히 ‘환상 속의 그대’였다. 뉴욕의 미술계 내부에서, 그곳의 미술동향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체험으로 본 뉴욕의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생태
정윤아의 『뉴욕 미술의 발견―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그리고 아트 스타들』은, 이런 현실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직접 체험한 것들을 토대로, 복잡다단한 뉴욕 미술시장의 시스템을 ‘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그리고 ‘아트 스타’로 세분해서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지은이는 뉴욕미술계를 떠받치는 이들 ‘네 개의 기둥’을 탐사하며,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오늘의 뉴욕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현란한 마케팅 전략과 이너서클이 아니면 감 잡기 힘든 고공 플레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먼저 ‘갤러리’편에서는 최근 뉴욕 갤러리들의 현실과 갤러리를 이끄는 아트 딜러들의 활약상을 다루었다. 수많은 갤러리가 소호에 자리를 잡게 된 배경, 첼시로 이동한 이유, 최근 갤러리의 전시경향, 그리고 메리 분, 레오 카스텔리, 제프리 다이치 등 유명 아트 딜러들의 스타일과 영향력을 자세히 살펴본다.
두 번째, ‘경매장’편에서는 미술시장에서 경매장이 갖는 위상을 조명한다. 최근 현대미술의 경매 경향과 경매장의 운영 실태, 경매장에 얽힌 사건, 그들간의 가격조정 음모, 그리고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유명 경매장들의 주도권 쟁탈전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세 번째, ‘미술관’편에서는 뉴욕에 있는 주요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휘트니미술관, P.S.1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들의 각기 다른 색깔과 전시경향, 그리고 최근 달라진 미술관의 자금조달 형태와 문제점들을 낱낱이 짚어본다.
네 번째, ‘아트 스타’편에서는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스타 작가들을 다뤘다. 장 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 메슈 바니, 대미언 허스트, 그리고 미술계를 강타한 여성작가들 등 최근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아트 스타들의 스타성과 시장성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무명의 작가들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요인을 자세히 소개한다.
‘뉴욕 미술의 발견’으로 본 ‘우리 미술의 발견’
이 책은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뉴욕 미술시장”의 내부를 투명하게 보여주면서, 소문으로만 듣던 ‘환상 속의 뉴욕 미술시장’이 아니라 뉴욕 미술시장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부단히, 비체계계적인 우리 미술의 현주소를 반추하게 만든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약육강식의 법칙과 주도권 쟁탈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이야기”하되, 뉴욕 미술계가 “자본이 예술을 잠식하는 가운데서도 언제나 언더그라운드를 지키고 키워낼 줄 아는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반칙과 변칙도 서슴지 않는 비열함 뒤에는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이 깃들여 있음”을 놓치지 않으며, 빛과 그늘을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의 목적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뉴욕 미술시장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가운데, 그곳에 우리 미술의 현실을 비춰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데 있다. 그러므로 지은이가 말하는 ‘뉴욕 미술의 발견’이란 곧 ‘우리 미술의 발견’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책에 소개한 뉴욕 미술계의 이야기가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국내 창작, 전시, 판매 등의 각 분야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충하는데 지침이 되고, 나아가 국내 미술시장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정윤아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오차노미즈 여자대학교에서 미학을 공부했으며 뉴욕 주립대학 계열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예술행정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6년부터 97년까지 뉴욕 다이치 프로젝트 갤러리(Deitch Projects Gallery, New York)에서 갤러리 리셉셔니스트로 활동했으며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스페이스 언타이틀드 갤러리(Space Untitled Gallery, New York)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한 바 있다. 2000년부터 2003년 초까지 뉴욕 매체 예술 센터(New York Center for Media Arts, New York, NY) 부관장으로 활동했다. 뉴욕에서 <백남준 비디오(Nam June Paik: TV Face)>, <로우 리드(Lou Leed)> 사진전, <짐 다인의 유화(Jim Dines Recent Works)>, <키키 스미스 프린트(Kiki Smith: Prints)>, <전자 단풍나무(Electronic Maple)>, <비디오 인터랙션(Interaction)>, <백남준 드로잉(Nam June Paik's Drawings)>, <라디오 인터존(Radio Interzone)> 등의 전시를 기획해왔다.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상명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