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 아이슬란드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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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우리 모두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이병률 시인과 함께 떠난 다섯 명의 이방인들의 이야기

2021년 당신이 선택할 마지막 여행 에세이

 

고여 있는 삶은 냄새나고 위험해

 

그렇게 칼날 같이 살자.

아이슬란드의 쨍한 아침바람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는 형태의 삶, 그것이 무슨 소용이며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의 함의를 떠나 나는 그런 삶에다 사람들을 탑승시키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안전벨트보다 인생벨트가 필요해. 이 책은 여러 번 아이슬란드에 갔으나 내가 일일이 적지 못한 얼음나라의 기록만 같아서 실실 웃음이 난다. 어떻게 그 쉽지 않은 여정을 같이 할 수 있었을까. 조물조물 이야기를 기록해낸 당신들은 참 멋지지 뭐야. 내가 제안한 낡은 항공기에 탑승해 여전히 비행 중인 당신들은 며칠 있으면 그 멀고도 먼 의미 지점에 도착하겠지. 앞으로는 내가 뒤따를 테니 나에게도 좌표 좀 일러주기를. 고여 있는 삶은 냄새나고 위험해. 우리가 서로를 끌어안고 그걸 안 거야. 그러니 아이슬란드의 쨍한 아침바람 같이, 그렇게 칼날 같이 살자. 무엇보다도 많이 베이면서, 그리고 뭐든 척척 잘 베어 내기도 하면서.

ㅡ이병률(시인, 여행작가)

 

 

아이슬란드는 우리 모두의 마지막 여행지였습니다.

얼음나라에서 매일 삼시세끼의 숭고함을 배우며, 낯선 이들은 어느새 얼굴만 봐도 코끝이 시큰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긴 꿈에서 깨어나려고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깨끗하게 작별하기 위해 책을 엮었습니다.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 셈이지요.

올해 5월부터 여름 내내 원고를 모았고, 겨울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퇴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밤마다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식구들에게 글을 보냈고, 어김없이 다음 날 아침이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책을 만들고 나니,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하는 내내 서로를 속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이제야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오랜 시간 녹지 않는 마음 때문에 괴로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고, 아이슬란드를 구체적으로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별, 나이, 직장, 관심사까지 모두 다른 우리의 유일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당신이 쓴 끌림을 아껴 읽었다는 것입니다. 부디, 이렇게 조물조물 모아 만든 글이 늘 혼자이길 염원하는 당신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있을 우리를 닮은 독자에게 닿길 바랍니다.

이 글은 늘 첫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것만 내어주던 당신께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저자 소개>

 

김지연, 죽겠다고 결심한 마흔이 지났다

죽겠다던 나이를 두 달 앞두고 여행을 결심하고, 마흔을 맞자마자 아이슬란드로 떠났습니다.

답을 얻어 오지 못했지만, 그곳에 두고 온 것들을 자주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무너져 내리지 않게 단단히 잡아주는 기억과 우리를 더듬거리며 글을 썼습니다.

 

윤두열, 30세 출판 마케터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을 뭉치고 섞어서요.

시간이 쏜살같다는 말을 체감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잠들기 전에 사진을 파헤치거나, 여행 중에 적어 두었던 휴대폰의 메모장을 보면서 말이죠.

기억 속에만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결국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누군가에겐 따듯했고, 또 누군가에겐 조금 차가웠을지도 모를 기억들을 합치면

뜨듯미지근한 온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그럼에도 부디, 모두에게 따듯한 여행이었기를.

 

윤소진, 28세 출판 편집자

겨울 아이슬란드는 오후 네 시만 지나도 모든 그림자가 사라졌습니다.

별이 잘 보이는 동네일수록 가로등을 찾기 어려웠고, 별수 없이 우리는 밤마다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했던 게임을 주로 에세이 8편을 썼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인생도 하나의 거대한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곳의 바람은 말합니다. 인생은 채우는 게 아니라 조금씩 잃는 것이라고.

무언가 주워 담고 싶을 때면 한겨울 아이슬란드의 태풍을 떠올리면 된다고.

 

이웅희, 30세 건축학도

떠나서 만난 장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이 되어 준다 믿습니다.

멀리 떨어진 타인의 일상은 다시 보내야 할 나의 일상의 다른 얼굴이리라는 마음으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가 지나야할 장면에 뺏기면 다시 떠나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 여행의 생애주기 속에서 다른 이들의 일상을 응원하겠습니다.

 

한동경, 28세 간호사

없는 글 솜씨를 대신해 솔직함을 담았더니, 조금은 쑥스러워 가명 뒤에 숨어봅니다.

낯선 곳에서야 감정의 맨바닥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썼습니다.

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슬란드가 읽는 이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좋겠습니다.

 

 

 

 

<차례>

 

ö

수심 11

이별의 무게 13

스며든 자리 17

습관적 안일함 18

사건의 지평선 20

취향의 가벼움 22

멈추는 이유 27

마음 사용법 28

바다의 유물 31

집의 마침표 32

삼재 36

남극의 소똥구리 40

포함될 수 없는 계절 43

편지 44

죄와 나무 47

장면이 쌓이던 온천 48

간격 52

현관을 나선 탈영병의 일기 54

어려운 이별을 하고 있다면 그만큼 벅찬 여정을 떠나온 거겠지 59

 

 

 

ý

그렇게 식구가 된다 63

빨간 약 71

아삭이 73

말아먹다 76

화이트아웃 79

혜자가 부러운 여자와 그 혜자가 부담스러운 여자 82

예감 좋은 날 89

낯설음에 인사하기 95

레이캬비크의 새벽 향기 99

 

 

 

ó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신호 105

오해와 이해 107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113

우리가 되는 시간 114

그리움은 허기에서 탄생한 감정일지도 몰라 119

관계를 볶으면 무슨 냄새가 날까 120

우리들은 매일 밤, 술과 이야기를 들이켰다 124

아이슬란드로 가기 전 130

새벽 수영을 했다 137

Stuck in the snow 141

혼자와 여럿의 간극 149

일찍 일어나면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153

ONLY JOY 157

 

 

 

á

숨바꼭질 161

스무고개 165

가위바위보 169

훈민정음 175

제비뽑기 178

벌칙 183

보물찾기 188

다시, 무인도 193

 

 

 

ð

수면에서 유영하기 203

원점 206

명분 207

불안과 오판 212

식사의 차이 216

소심 219

내재 221

마음이 차다 226

결핍 229

돌아가자 232

머그에 마시는 와인은 아이슬란드 바람 냄새가 나 236

미련 242

새벽 245

의지 248

네온 환각 252

어제는 천장을 보고 누워 다행을 읊다 잠들었다 255

 

 

<책 속으로>

 

오래된 소원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눈 속에서 헤엄치는 일. 죽어라 헤엄치던 수년의 시간은 어쩌면 이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지칠 때마다 가는 수영장이 그곳에 있다는 건 내 겐 행운이거나 조그만 기적 같았으니까. 그 순간엔 심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면서 가슴 졸이던 기억도, 찰나의 시간을 앞당겨서 옆 레인 아이를 이기려 안간힘을 쓰던 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수영장 안에 습한 창 너머 바깥으로 쏟아지는 눈, 펼쳐진 설산과 그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색색의 박공지붕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일은 매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곳 사람들의 행복 지수를 납득하기에 충분했다.

- 수심중에서

 

마흔까지만 살고 싶었다. 그 나이가 되면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사회적인 명망과 지위를 누리며, 남부럽지 않은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착각했다. 아직 신체적·정신적으로 양호하고 볼 품 역시 너무 실망스럽지 않을 때, 딱 그때가 적당해 보였다. () 하고 싶은 것은 넘쳐났지만 생각에 그치기 일쑤였고, 딱히 쓸모를 논하기에 애매한 능력치밖에 없던 나에게는 열정과 노력마저 부족했다. 그래서 늘 문턱만 기웃거리던 삶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닥치는 대로 인생을 쳐내 왔다. 열심이었지만 열정적이진 않았고, 치열했지만 뜨겁진 않았다. 셀 수 없는 알맹이들이 심장에 꼼꼼히 들어앉아 허리춤까지 축 늘어진 기분이었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살 수도 없었다. 찾고 싶었다.

- 화이트 아웃중에서

 

좋아하는 일은 같이 하자, 오래 봤으면 해.’라는 문장을 작가님께 2016년도에 처음 선물 받고 그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았다. 힘이 들 때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마다. 어딘가로 떠나서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때도. 그 문장 하나로 버틴 날들이 참 많았다.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아내야 했고, 오래 보기 위해서 자주와 가끔의 사이를 맴돌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그 거리에 있기 위해. 부르면 언제든 달려 갈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존재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았던 날들도 있었다. 그 모든 노력은 아이슬란드의 새벽에 울려 퍼지는 잘 잤니.”라는 한 마디로 보상이 되었다. 정말이지 그거면 충분했다.

- 일찍 일어나면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중에서

 

결국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을, 장소를, 상황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매일 밤 조금씩 동정을 지나가는 사람이구나. 여행이 끝나고 유순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이방인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곳의 바람은 말한다. 인생은 채우는 게 아니라 조금씩 잃는 것이라고. 무언가 주워 담고 싶을 때면 한겨울 아이슬란드의 태풍을 떠올리면 된다고.

- 숨바꼭질중에서

 

그래도 나는 네가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정보표를 확인하면 좋겠다. 옷을 살 때는 상품 정보 택을 확인하길 바라고, 집을 살 때는 그 입지를 잘 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안목을 잔뜩 기른 사람이길 바란다. 취향이 까다롭길 바란다. Pink sweat$의 노래 가사 “know I'm not perfect, but I hope you see my worth”처럼 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를 알아봐 주면 좋겠다.

- 어제는 천장을 보고 누워 다행을 읊다 잠들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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