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 김애란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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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렇고 그런 일상에 단물처럼 고이는 이야기들

 

《달려라, 아비》의 작가,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 총 8편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에는 주인공들의 비루한 일상이 투명한 감성과 위트 넘치는 문체로 담겨 있다. 작가는 전작들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편의점과 원룸에서 더 나아가 여인숙, 반지하 방 등 더 낮고 누추한 자리에서부터 다시 소설적 상상력을 가동시킨다.

 

《도도한 생활》에서 '나'에게 피아노는 자존심의 상징이다. 피아노는 거실이 아닌, 엄마의 만두 가게 안에 놓이게 된다. 엄마의 만두와 나의 피아노는 그렇게 생존의 공간과 중산층의 표준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허영의 자리를 마주 보고 있는데, 그것들이 한 공간 안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통해 작가는 더 근원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표제작 《침이 고인다》에서 작가는 여자들의 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풍요로운 소설적 시선을 드러낸다. 학원 강사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는 그녀에게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가진 후배가 찾아온다. 후배의 엄마는 도서관에서 딸에게 껌 한 통을 쥐여준 뒤 사라진다. 후배는 압도적인 외상적 장면을 그녀에게 말해버린 뒤, 그때 남은 껌 하나를 쪼개서 그녀에게 주고, 둘은 함께 동거하게 된다. <양장본>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방'을 둘러싼 유폐와 소통의 위상학을 심화시키면서, 그것을 새로운 '우주 지리학' 위에 위치시킨다. 동시대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개인성의 균열과 심연을 탐사하고, 그 안에서 실존의 지리학과 우주적 공간을 발견하는 상상적 모험을 펼쳐 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정보>

 

김애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단편「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을 2003년 계간『창작과비평』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복작이는 사람들 사이를 걷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방에서, 이 거리에서, 이 시장과 저 공장에서, 이 골목과 저 복도에서, 그늘에서, 창 안에서, 세상 사람들은 가끔 아무도 모르게 도- 도- 하고 우는 것은 아닐까 하고. 사람들 저마다 자기도 모르게 까닭 없이 낼 수 있는 음 하나 정도는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고. 어쩌다 음악 따윌 배워 그 울음의 이름을 알게 됐으니, 조금은 나도 시대의 풍문에 빚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 p.19

 

후배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껌 반쪽을 강요당한 그녀가 힘없이 대꾸했다. 응.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 응. 후배가 한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 p.61

 

오늘 밤, 세계에는 많은 ‘사람의 아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사내는 성탄절에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자신이 못마땅하다. 그 안부는, 상대의 기분을 상상하느라 자주 눌러본 탓에 막상 누군가의 손에 도착했을 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멜로디 카드처럼 실패의 예감을 안고 있다. 사내는 그녀에게 자자는 말을 빙빙 돌려 말하고 난 뒤 홀로 주먹을 쥐었을 때처럼, 그때와 똑같이, 작게 중얼거린다.

“나는 왜 이렇게 빤한가……” --- p.84

 

2005년 가을. 사람들 틈에 끼어 서울의 불빛을 바라봤다. 그리고 노량진의 이름을 생각했다. 다리 량(梁) 자와 나루터 진(津) 자가 동시에 들어간 곳. 1999년 내가 지나가는 곳이라 믿었던 곳. 모든 사람이 지나가는 곳. 하지만 그곳이 정말 ‘지나가기만’ 하는 곳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왜 여전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는 중’인 걸까 --- p.148

 

1층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 잇이 보인다.

-통행 시 반드시 뒤꿈치를 들고 다닙시다. 주인백.

그리고 또 한 장이 보인다.

-제 지갑 가져가신 분, 죽어버리세요.

언니의 방은 3층 복도 끝에 있다. 수십 개의 똑같은 문이 잔혹 동화처럼 펼쳐져 있다. 그러려니 했는데도 막상 그 앞에 서니 숨이 막힌다. 어느 방 문고리에 흰색 보자기를 덧씌워놓은 게 보인다. 분홍 자수가 놓인 수예품이다. 문득 그 방 학생은 어디에서든 자기 마음에 정원 한 뙈기는 떼어놓고 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pp.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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