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판타지 : 이종애 / 미씽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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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덱스 판타지: 이종애는 사람과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들의 사랑을 다룬 8 편의 중단편 소설을 수록한 소설집입니다.

 

인덱스 판타지: 이종애에는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켄타우로스, 인간을 장난감으로 여기는 괴기한 부엉이,

그리운 이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인어, 그 자신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통제하는 비정형의 그림자,

수백 년 전의 약속을 지키는 사막의 새 인간, 인간이 버린 그물로부터 태어난 새로운 종족,

변화하는 신체 때문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계인, 그리고 진화의 과정이 만들어 낸 위대한 존재인 ‘왕’들이 나옵니다.

우리는 새로운 종족들이 살아 숨 쉬게끔 만드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습 니다.

 

 

 

 

 

 

<작가 소개>

 

허설

장르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썼습니다. 주위에서 소재를 얻어 말랑말랑 귀여운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불가항력으로 절망에 빠지는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코코아드림

호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잔잔한 일상에 예상치 못한 파동이 생기는 순간을 쓰고 싶어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현재는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자주 다루고 있다.

 

양단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스토리를 사랑하는 양단우입니다. 에세이를 주로 쓰고 있으나, 앤솔로지 형태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문과 출신이지만 SF를 좋아하며 너무 허무맹랑한 것보다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스토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기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해당 소재를 가지고 중단편 소설을 쓴 이력이 있습니다.

 

킬리아

미지의 것을 탐구하고 소설, 극본을 씁니다. 호러 매거진 《The Odd》 편집장. 중독되거나 무언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여성 괴물들을 좋아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김경계

이야기와 시간에 빚이 많은 사람/들. 열심히 갚는 중입니다.

 

조소민

기후 위기와 동물권, 퀴어 이야기로 문학 작품을 쓰는 조소민입니다. 산문이라면 뭐든지 씁니다.

 

헤이나

브릿G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판타지와 SF, 로맨스를 쓴다. 온라인에서 소설을 투고하며 지냈다. 팬데믹 로맨스 앤솔로지 『사랑에 갇히다』에 「전파와 꽃」을 실으며 오프라인으로도 글을 공개하게 되었다. 인간 아닌 것들을 오랫동안 좋아해 왔고 늘 괴물과 로봇과 외계인들에 대해 썼다.

 

위래

2010년 8월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 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 『마왕이 너무 많다』와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목차>

 

허설_사귀는 것도 아닌데 헤어지자고 말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코코아드림_효렵인

양단우_베타

킬리아_제야의 식사

김경계_파수꾼의 날

조소민_포용을 드려요

헤이나_당신과 당신의 순간들

위래_해안의 용왕, 혹은 불가해의 케테르

 

 

 

 

 

<책 속의 문장>

 

마누카는 1년 전에 만난 남자였다. 이렇게만 말하면 다들 마누카를 내 남 자 친구로 오해하고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계속 만날 건지 를 묻고는 한다. 그와 결혼을 할 것인지, 혹은 그가 데이트 비용을 얼마나 내는지, 나한테 충분히 잘해 주는지를 묻는다. 연상인지 연하인지를 묻기 도 한다.정확히 말하면 그는 켄타우로스다. 아직 말한 적은 없지만, 켄타우로스 남자를 만난다고 하면 아마 앞의 질문들은 받지 않을 것이다. ‘아……’ 하 는 소리를 내면서, 차마 말할 수 없는 질문을 삼키는 표정을 짓겠지. 그것 을 제외하면 어쩌다 만났냐거나, 정확히 무슨 관계인지, 연애를 한다는 것인지 등을 묻고 싶어 할 거다.우리는 인터넷에서 만났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대로, 그쪽도 나도 둘 다 이상 성욕자였고, 어플을 이용해서 만났다.—사귀는 것도 아닌데 헤어지자고 말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中 “제, 제가 여기 오기 전에 228 님 관련해서 그동안 선배님들이 수집한 자 료들을 읽어 봤는데, 그래도 어, 너무 민감한 상황만 오지 않으면 부탁 드 리는 건 다 해 주셨고, 일단 저는, 보통 사람도 예민해지면 막, 화내고 그 러니까, 아니, 그, 그렇다고 228 님이 사람이 아니라 그렇다는 거는 아니 고!”아, 되게 바보 같다.바보 같아서 뭔가 더 놀려 보고 싶은데.선이 일부러 성대를 부풀려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진이는 순간 당황해 서 말을 멈추고 급히 몸을 웅크렸다.“죄, 죄송해요, 제가 기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그 순간 선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효렵인 中

 

헛것을 보나, 생각하고 있는데 베타가 손가락을 깨물었다. 베타는 헤엄 칠 생각을 않고 손가락에 입을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릿한 느낌이 들 었다. 연정은 칼로 베인 것 같은 고통에 팔을 어항에서 꺼냈다. 어항은 삽 시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 속에서 베타의 입이 꿈뻑꿈뻑거렸다. 생각 보다 깊이 물렸는지 연정의 손가락에서 피가 멈추질 않았다. 그녀는 옆에 있던 휴지로 손가락을 꾹 눌렀다. 그러면서 베타를 내려다보니 베타의 안 면이 조금 변해 있었다. 네 개의 점으로 보이던 것이었다. 그것은 흡사 사 람의 얼굴을 닮은 듯했다. 마치 안면어처럼. 연정은 어항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이윽고 베타의 입에서 사람의 팔이 나왔다. 얼굴, 팔, 몸통, 그리고 꼬리. 베타의 허물을 벗어난 새로운 종류의 물고기. 그것은 바로 인어였다.

—베타 中

 

“입을 벌려 봐.”소리가 제야의 검은 몸 어딘가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억울한 기분으로 제 야를 노려보며 입을 벌렸다. 침이 말라 입안이 버석거렸다. 바싹 마른 혀 의 돌기가 입천장에 닿았다.“혀를 내려 봐.”그 말을 순순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팠다. 이 검은 액 체, 기체, 혹은 무엇이든! 무엇보다도 제야가 말을 할 때마다 말의 무게가 느껴졌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무거운 기체가 나를 짓눌렀다. 내 머리와 팔, 몸, 다리를 감싸고 사방에서 짓누르는 무게가 느껴졌다. 나 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무력하게 혀를 내리 고 제야 앞에 섰다.제야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제야의 식사 中

 

단은 사랑이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단은 스스 로에게 물었습니다. 자신이 백짓에게 최선을 다했던가? 매일 찾아가지 못 했지요.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어요. 스스로보다 더 앞세웠던가? 그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비겁하게 성문 밖으로 찾아가는 게 아니라, 성 안으로 그 를, 백짓을 들어올 수 있게 해야만 했지요.“기쁘지 않은 적이 없어요.”비겁하고, 부족했습니다. 어릴 적 한 약속은 잊혔지요. 그렇지만, 한참이 나 부족하지만 이를 사랑이라고 해 주면 안 될까? 백짓, 내 마음은 너무나 도 모자라고 볼품없지만 네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은 날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단은 깊이 후회했습니다.

—파수꾼의 날 中

 

“내가 아무리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어도, 나는 물살이가 될 수 없어요.” 션은 내 손을 토닥였다.“그렇죠. 두영은 어쨌거나 인간이니까…….”나는 오직 인간만 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이 할 일이, 인간으로서 해야 하 는 의무가 있다.“하지만 말했던 것처럼, 두영 역시 바닷속 생명과 다름없어요. 적어도 저 한테는.”션이 몸을 부풀렸고, 나는 그 품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의 퇴원 날짜가 정 해졌다. 그 전까지 션과 나는 마음껏 서로를 끌어안으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의 포옹이 마지막 포옹인 것처럼 굴었다.

—포옹을 드려요 中

 

“선생님.”

“네.”

“힐드릴에 계셨을 때는 어땠나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백하가 스스럼 없는 성격이라는 건 쉽 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놀라지 않았다. 누군가가 말했다면 무례 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천인들은 어릴 때는 인간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거, 알고 있어요?”

“네.”

“그래서 저는 제가 인간인 줄 알았어요.”

백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백하는 영리하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 았다. 한참 생각한 뒤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아가신 건가요?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과 당신의 순간들 中

 

여자는 다시 소녀의 코에다 귀를 가져다 댔다. 소녀는 숨을 쉬지 않고 있 다. 여자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낮추고 입술을 포갰다. 여자는 들이마셨던 숨을 소녀의 폐로 내뱉었다. 소녀는 눈을 치 켜떴다. 여자는 곧장 입을 떼고 호흡을 확인했다.“인간은 폐로 호흡합니다, 용왕 님.”〔나도 알아. 하지만 그 지식은 폐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 하지 않지. 이게 숨을 쉰다는 건지 몰랐어.〕“그럼 다른 지식은 어떤지 볼까요?”여자는 용왕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지, 고개를 들거나 말을 할 수 있는지, 설 수 있는지 확인했다. 엉성하게는 가능했지만 어딘가 어 설펐다. 용왕은 모든 부분에서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해변의 용왕, 혹은 불가해의 케테르 中

 

 

 

 



<서지정보>

 

쪽수: 274p

판형: 148*210mm

가격: 20,000원

저자: 허설, 코코아드림, 양단우, 킬리아, 김경계, 조소민, 헤이나, 위래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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