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서울의 길 / 김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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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대서울의 길을 걷다

 

도시 문헌학이라는 고유한 방법론으로 도시 답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서울 선언] 시리즈가 시즌 3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대서울의 길』은 제목 그대로 [길]이 주인공이다. 교외선, 수려선, 48번 국도 등 서울 내외곽에서 번성했던 철길과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민의 잊힌 역사와 대서울의 구조를 읽어 낸다.

 

[서울 선언] 애독자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이번 답사에도 [전근대의 왕과 양반과 전쟁 영웅들]의

기념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철길 변 마을의 옛 지명과 비석, 국도의 표지석과 폐역의 플랫폼 등

대서울 주변의 [길]과 관련된 [도시 화석]이 지면을 채운다.

특히 이번 책은 전작들의 답사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저자가 새롭게 정의하는

대서울의 경계 끝(강원도의 춘천ㆍ원주, 충청남도의 천안ㆍ아산)으로 나아간다.

길과 운명을 함께해 온 대서울의 과거와, 길을 따라 확장해 온 대서울의 현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대서울의 길을 따라 걸으며 저자는 새로운 [갈등 도시]의 현장을 발견한다.

경춘선 폐선 구간의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GTX 신설 철도 노선을 유치하려는 지역 간의 경쟁.

그리고 길이 끊기거나 새로운 길이 놓이면서 사라져 간 마을과 [제자리 실향민]의 아픔을 확인한다.

대서울의 경계 끝에서 이 책은 묻고 있다.

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이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목차>

 

들어가는 말

서론 도시는 선이다

 

제1장 대서울의 서부

1 김포선: 사라진 철로 끝에는 사라진 마을이

2 48번 국도: 신촌, 양천, 김포, 통진, 그리고 강화도

3 시흥과 광명 사이: 강과 철길을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

4 시흥, 군포, 안산을 거쳐 남양반도로: 이제는 뭍이 된 포구와 섬을 찾아

5 자유로, 경의선, 통일로: 이주민의 땅 고양·파주를 가다

 

제2장 대서울의 동부

6 경원선, 호국로, 금강산 전기 철도: 대서울이 될 수 있었던 철원을 향해

7 경춘선과 중앙선: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

8 역말로: 하남시에서 옛 광주군의 흔적을 찾다

9 헌릉로: 서울의 남쪽 경계선이 경험한 현대

10 교외선: 대서울 순환 철도를 상상한다제3장 대서울을 넘어

11 수원권에 대하여: 서울에서 오산까지

12 수려선과 수인선: 철도로 이어지던 경기도 남부 지역

13 평택·천안·아산·안성: 대서울과 충청도의 경계에서

 

 

 

 

<책 속으로>

 

서울시와 인접한 경기도의 도시들에서는 오아시스 주변으로 물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이

하나의 도시가 되어 가는 연담화 현상이 확인되지만, 대서울의 외곽으로 나갈수록 도심은 철도의 역,

도로의 인터체인지, 공항이라는 거점 주변으로 원형을 그리며 드문드문 나타납니다.--- p.6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충청도 사람, 강원도 사람이라는 식으로 소개하지만,

이들이 서울의 전체, 경기도의 전체, 충청도의 전체, 강원도의 전체를 구석구석 알고 애정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과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지역을 잇는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길은 당연히 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습니다.--- p.7

 

아침에 동서울, 잠실, 강남, 양재, 사당과 이들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 저녁에 이들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수도권 전철 안의 학생들, 늦은 밤 사당역 주변 버스 정류장에 길게 줄을 선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길을 통해 방사선으로 이어져 있는 대서울의 구조를 확인합니다.--- p.8

 

열차나 버스로 대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생활하는 B씨와 C씨는 강원도라는 면적인 동질성을 지니는

강원도 내의 다른 지역 시민들뿐 아니라 중앙선·영동고속도로라는 선적인 요소에 의해 연결되는

서울시·경기도·충청북도·경상북도의 시민들과도 동질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한국 전체나 어떤 지역을 설명해 온 사람들이

이 선적인 요소를 상대적으로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p.16

 

현행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는 토지주나 건물주만 주민으로 인정받고

세입자와 임차인은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세입자와 임차인은 외면받고,

다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에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부재지주만이 주민으로 인정받는 현실은,

현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p.39

 

대서울의 외곽은 갈등 도시의 현장이고, 미래를 향한 변화는 언제나 외곽 지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p.83

 

한반도 북부로부터의 이주민, 사할린 귀국 동포, 6·25전쟁 상이용사촌 이주민,

그리고 반월 신도시로 이주해 온 수많은 한반도 남부 출신자와 외국인 노동자……

안산은 이주민의 도시입니다.--- p.111

 

파주시 곳곳에 붙어 있는 지도에는 율곡 이이나 우계 성혼과 같은 조선 시대 남성 지배 집단 인사들의 묘지는

크게 강조되어 있어도 미군 기지촌은 표시되어 있지 않고,

하물며 자신의 몸을 외화와 바꾸어 한국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외환 보유고를 높여 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흔적이나 그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p.155

 

통일로 주변의 철거민들이 입주한 한양 주택은 은평 신도시 개발 구역에 포함되어 사라졌고,

이곳에 이주했던 분들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철거와 이주의 역사입니다.--- p.173

 

철원군이 6·25전쟁으로 인해 사실상 자연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아니 분단이 없었다면,

철원군은 오늘날 충청북도 천안시나 강원도 원주시·춘천시 등과 비슷한 정도로 대서울 경계 지역에서

도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철원 읍내 가까이 자리한 철원역은 경원선의 출발점인 용산역에서 98.1킬로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p.193

 

서울시는 청계천 주변의 빈민들을 경기도 광주군으로 쫓아냈고(1969~1971),

영등포·목동 지역의 빈민을 경기도 시흥군으로 몰아냈으며(1977),

상계동 지역의 빈민들을 포천군으로 쫓아냈습니다(1986).--- p.207

 

도시가 생겨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겹겹이 쌓이는 도시 화석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길"입니다. 길은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수백 년 동안 남아서 그 도시의 역사를 전합니다.--- p.249

 

세입자·임차인들이 황무지를 간신히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으면,

부재지주들이 나타나서는 재개발·재건축을 한다고 이들을 도시 바깥으로 몰아낸 것이

현대 한국의 도시 개발 역사였습니다.--- p.261

 

지평역 동쪽의 옛 중앙선 철로를 따라 영업하던 구둔역 폐역 일대는 지금은 완전히 시골 동네가 되어 버렸지만, 1960년대에는 수원에서 여주까지 운행하던 수려선 철도를 이곳까지 연장해서

중앙선과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중앙선 지평역과 원주역 사이에는 또 하나의 도심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pp.281-283

 

사람들이 "강남"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외곽에서 중심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p.334

 

한국에서 철도에 대해 말할 때에는 으레 "일제가 조선을 수탈하고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깔았다"는

말이 앞머리에 놓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음모론을 믿지 않는 저는, 공무원은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며, 세상은 음모론자들의 상상과는 달리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p.338

 

박정희 정권 당시의 농업 정책에 대해서는 오늘날 여러 비판이 있지만,

저는 "조국 근대화"라는 "신앙"에 입각하여 한반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보릿고개를 없앤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과 과는 후세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계승하면 될 일입니다.--- pp.378-379

 

20세기 전반기에서 중반기에 걸쳐 도시화를 촉진하던 길은 철도였습니다.

그러다가 고속도로와 자가용으로 상징되는 도로가 대두하면서 철도의 중요성은 감소했고,

도시는 주로 도로를 통해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경전철, KTX, SRT, GTX 같은 다양한 철도가 등장하면서,

도시를 성장시키는 철도의 역할이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p.396

 

만약 수려선 그리고 경기선을 중앙선과 만나게 한다는 계획이 실현되었다.

시계 방향으로 청량리역-원주역-수원역·천안역-경성역(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경기도·강원도 순환 철도가 탄생했을 터이고, 이는 이 지역의 도시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p.410

 

가뜩이나 가난한 사철 회사 노선이었던 수려선은 가급적 경사가 적은 노선을 택했고,

이는 광교나 신갈 등에서 확인됩니다. 조선 시대의 수원 구도심을 일부러 피했다기보다는,

수려선이라는 노선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노선을 부설하기 위해 지형을 검토한 결과가 수려선 노선이었을 터입니다.

--- p.417

 

 

 

 

 

<저자 소개> 김시덕

 

문헌학자이자 서울 답사가.

1975년생으로 잠실과 반포에서 10대와 20대를 보낸 서울 토박이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를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 연구 자료관(총합연구 대학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2010)로 30년 넘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외 전쟁』(2016)으로 번역 출간되었고 2017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전쟁 담론 형성의 도구로서 문헌의 역할을 조명한 후속 연구서 『전쟁의 문헌학』(2017) 또한

2017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되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잇달아 출간한 <서울 선언> 시리즈인 『서울 선언』과 『갈등 도시』는

기존 조선 왕조 사대부 중심의 답사에서 탈피해 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서

언론과 대중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 『임진왜란 관련 일본 문헌 해제: 근세편』(2010), 『그들이 본 임진왜란』(2012),

『교감 해설 징비록』(2013),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2015),

『일본인 이야기』 1·2(2019·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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