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지금 우리는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은 당장 없을 경우, 삶은 그야말로 비참해진다. 이러한 돈은 '경제'를 통해 순환되는데, 우리는 정작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뿐더러 관심도 적다. 어려운 전문용어들도 이유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가 내 월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평범한 일반인들이 굳이 경제학을 배워야 할까?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제를 제대로 알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경제학 입문에 초대한다.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어 무엇이 경제를 움직이고, 금융 위기는 왜 닥치는지, 우리 경제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친해지기 쉬운 분야라고 말한다. 일단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초적인 이해가 생기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것처럼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되는 것도 초반에 겪는 약간의 어려움을 넘기고 계속 연습하면 시간이 갈수록 쉬워진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작가정보>
장하준
저자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2014년에는 영국의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등이 있다. 그의 저작들은 36개 언어로 39개국에서 출간되었거나 출간될 예정이다.
<책 속으로>
방법론으로 경제학을 정의하는 대부분의 경제학 책들은 ‘경제학을 하는’ 옳은 방법이 신고전주의적 접근법 단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신고전주의 학파 외의 다른 경제학파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제학 책도 있다.
그러나 다루는 대상으로 경제학을 정의하는 접근법을 택한 이 책에서는 경제학을 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각 학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와 맹점, 장단점 등을 함께 다룰 것이다. 결국 우리가 경제학에 바라는 것은 특정 경제학 이론이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만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현상을 최대한 잘 설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35쪽)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경제학을 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최저 임금, 아웃소싱, 사회 복지, 먹거리의 안전성, 연금 등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제 정책과 기업의 결정 뒤에는 어떤 경제학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그 결정에 영감을 제공하든지, 더 흔하게는 힘을 가진 자들이 어차피 하고 싶었던 행위를 정당화하든지 하면서 말이다. (166쪽)
현대 사회는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회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산업화 후 사회에서도 이른바 새로운 경제의 동력이라고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은 역동적인 제조업 부문의 뒷받침 없이는 융성할 수 없다. 서비스 산업이 주도해 번영을 이룬 경제의 대명사라고 생각하는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세 나라 중 두 나라라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이다. (269쪽)
잉글랜드 은행의 금융 안정성 담당 상임이사 앤디 홀데인은 (새 금융 상품 중 복잡한 편이기는 하지만 제일 복잡하지는 않은) CDO-제곱 상품 하나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투자자는 10억 페이지가 넘는 정보를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또한 파생 상품 계약서가 수백 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다 읽을 시간이 없다고 고백하는 은행가들을 종종 만나 보았다. 이 정보 과다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수학적 모델이 개발되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좋게 말하면 매우 부족한 정도였고 최악의 경우에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잘못된 안전감만 안겨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델들에 따르면 2008년 위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복권에 연달아 스물한 번 내지 스물두 번 당첨될 확률과 맞먹는 것으로 나온다. (296쪽)
금융 시스템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해서 금융이 경제의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금융이 갖는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작해야 말을 타고 달리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 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 사고, 뺑소니 사고, 심지어 고속도로 다중 추돌 사고에 해당하는 금융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06쪽)
현재 14억 명, 그러니까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 다차원적 빈곤으로 따지면 절대적 빈곤 속에서 사는 사람의 숫자는 17억 명, 즉 4명 중 1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숫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70퍼센트 이상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현재 중국 인구의 13퍼센트인 1억 7000만 명, 인도 인구의 42퍼센트인 4억 5000만 명 이상이 국제 빈곤선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332쪽)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441쪽)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 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운이 좋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못’이라면 손에 쥔 ‘망치’가 안성맞춤의 도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
물론 누구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 있다. 특정 이론 한두 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들 있다. 그러나 부디 ‘망치만 쥔 사람’, 더욱이 다른 연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이 비유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임무에 맞춰 서로 다른 연장이 달린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443~4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