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다 / 고종석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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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입술ㆍ주름ㆍ혀놀림……. 우리말 속으로의 탐색

말은 사랑의 무기, 말을 얻어야 사랑을 얻는다!

 

『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기자, 소설가, 언어학자, 번역가, 정치평론가라고 규정할 수 있는 고종석 작가의 저서이다. 지난 1996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낸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속편 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자매격이기는 하나 완전한 독립서이기도 하다.

 

입술과 주름, 혀놀림……. 저자는 섬세하게 ‘우리말의 에로스’ 섬세하게 탐험한다. 저자 자신이 손수 고른 ‘사랑의 말들’로 거점을 삼고 말이다. 그 말들의 연관어, 인접어와 견주고, 때로 뜻 빛깔과 어원까지 더듬어가며 여러 맥락에서 ‘말들의 사랑’을 통찰한다. 이 말들은 로맨스와 에로스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 마치 친족이나 인척처럼 말이다.

 

이 책은 지난해 한 신문에 연재한 글을 손질해 엮은 것이다. ‘입술과 입술을 맞댐으로써 우리는 사랑의 기슭에 발을 들여놓는다’로 시작해 ‘(무/잠재)의식 속에 한 점 그늘, 한 점 구김살, 한 점 주름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랑을 겪지 못하고 생을 지나쳐 온 것이라’로 마치표를 찍는다. 표제어와 관련된 국어사전 뜻풀이의 제시에서 여러 글과 문학작품, 노래가사 등을 통해 맥락을 함께 파악한다. [양장본]

 

 

 

 

<작가정보>

 

고종석

저널리스트, 소설가, 언어학자.

〈코리아타임스〉 경제부 기자, 〈한겨레〉 문화부 기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다. 지금은 객원논설위원으로 〈한국일보〉에 「고종석 칼럼」을 쓰는 한편, 도서출판 〈개마고원〉의 편집 기획을 거들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법학과 언어학을 전공했다.

 

 

 

 

<책 속으로>

 

제가 지닌 좋은 것에 대한 사람들의 전형적 태도는 감춤과 드러냄 사이의 망설임이다. 누군가 그 좋은 것을 훔칠까 걱정스러워 저만 아는 곳에 감출 수도 있지만, 사람들 앞에 내놓고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그 걱정에 앞설 수도 있다. 그렇게 감추고도 싶고 드러내고도 싶은 좋은 것, 그래서 더러 도둑맞기도 하는 좋은 것이 사랑이다.(「감추다-품거나 담거나 가두거나」, 25쪽)

 

목소리를 잃은 것, 언어를 잃은 것이 사랑을 잃은 것이라는 걸 에코가 깨닫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나르키소스라는 절세 미소년에게 반해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나르키소스는 자기가 한 말의 끝머리밖에 따라 할 줄 모르는 에코를 그저 기이하게만 여겼고, 사랑을 얻지 못한 에코는 어느 골짜기에서 비통한 마음으로 죽었다. 그 골짜기에는 에코의 목소리가 남았지만, 그 목소리조차 제것이 아닌 목소리였다.

메아리가 사랑의 말이라면 그 사랑은 자기애일 것이다. 에코는 헤라에게 벌을 받기 전부터 제 목소리를 사랑했다. 그녀가 저말고 다른 대상을 사랑하게 됐을 때 그녀에겐 이미 사랑을 실천할 능력이 없었고, 그래서 그때도 그녀가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뿐이었다. 메아리는 목소리의 무늬지만, 제 목소리의 무늬다. 에코 처지에서는 제것 아닌 목소리의 무늬. 그것은 되울림일 뿐이고, 그래서 대화와 교감의 창이 닫혀 있는 자기애의 언어다. 출구 없이 맴도는 언어.(「메아리-자기애와 교감 사이」, 31~32쪽)

 

연애감정에 빠졌을 때, 제 연인의 신경질은 섬세함으로 보이고, 우유부단함은 신중함으로 보이며, 유약함은 너그러움으로 보이고, 폭력성은 강건함으로 보인다. 동그란 눈은 보름달을 닮아 예쁘고, 가는 눈은 초승달을 닮아 예쁘다. 연인의 말주변이 좋을 때 그 달변이 발랄한 지성의 증거로 보이듯, 연인의 말수가 적을 때도 그 어눌함이 웅숭깊은 지성의 상징으로 보인다. 연인의 살짝 얽은 얼굴은 귀여운 보조개들로 채워져 있는 듯하고, 연인의 팔자걸음은 자연과 조화롭다. 연인의 파란 눈은 바다와 하늘을 닮아 사랑스럽고, 연인의 갈색 눈은 알밤栗처럼 귀엽고 앙증스럽다. 이런 모든 과정은 결정화의 과정이면서 거품이 부풀어가는 과정이다.(「거품-사랑의 유토피아」, 209쪽)

 

(…) 어루만짐이라는 형태의 스킨십은 사랑의 처음이자 끝이다. 사람의 살은 다른 사람의 살과 닿을 때 생기를 얻는다.(「어루만지다-사랑의 처음과 끝」,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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