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없이 당분간 / 김금희 외 21명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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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금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뜨거운 격려가 되어줄 짧지만 힘찬 소설들!

 

절망의 시대인 동시에 희망의 시대인 지금, 세상을 향해 외로운 목소리를 내온 소설가들의 작품을 엮은 짧은 소설집 『이해 없이 당분간』. 김금희, 김덕희, 임현, 정용준, 조해진, 최정화 등의 신예 소설가들과 오수연, 한창훈, 이제하, 조해일 등의 중견·원로 소설가들의 작품이 고루 포함된 손바닥 소설집이다.

 

집회를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또 각각의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놀랄 만큼 정확하게 그려낸 조해진의 《빛의 온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마님의 이야기를 담은 백민석의 《눈과 귀》, 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에게 사기를 치는 국가 권력의 모습을 그린 백가흠의 《취업을 시켜드립니다》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어떤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예술가는 각기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이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때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 호응하여 발화하기도 한다. 빛과 어둠의 이분법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이 세계를 바라보며 써내려간 작가들의 이야기가 한 데 모인 이 책을 통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는 격려가 되길 바라고 있다.

 

 

 

 

 

<책 속으로>

 

김밥은 사지 못했지만 선미는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도에서 사라져야 하는 노점이 어딘가 애틋하다고 생각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접히는 우산처럼.

- 김금희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비에 젖은 들개 냄새나 날개가 부러진 새 냄새. 몸의 무기질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낡아 무너지는 냄새. 나는 그럴 때마다 여자의 스타킹 냄새를 다시금 떠올립니다. 여자는 그들과 달리 살아 있습니다. 여자의 냄새는 냄 새라기보다 어떤 소리에 가깝기도 합니다.

- 김남숙 [교대]

 

이미 수백 번이나 시스템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예측된 물결은 파고가 아무리 높아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시스템은 72시간 안에 저항 세력이 반토막 날 거라고 했다.

- 김덕희 [배를 팔아먹는 나라]

 

우주가 시그널이라고 했던가. 시그널. 우주는 시그널. 아름다운 시그널. 시그널이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시그널이란 무엇 일까.

- 김연희 [시그널]

 

그뿐이었다. 택시가 왔고, 그녀가 탔다. 잘 살아. 남편하고 열심히 돈 벌어서 빚도 다 갚고. 그녀는 웃으면서 그것을 다 갚으려면 남편이 백 명이거나, 자신이 한 백 번쯤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김종옥 [사랑]

 

아무튼 가고 있고 하고 있고 잠깐 볼 수 있던 가는 사람들의 방향과 흐름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또 그것을 내 기억으로 나는, 이라고 말하며 언젠가 말하고 있겠지.

- 박솔뫼 [내 기억으로 나는]

 

이런저런 걱정에 그는 뜬눈으로 아테네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이른 아침이 되자 어제 보았던 강렬한 햇빛은 여전했다. 그나마 그게 위안 삼을 수 있는 전부였다.

- 백가흠 [취업을 시켜드립니다]

 

마님은 조금은 어리둥절하고, 조금은 이 상황을 의심스러워하고, 조금은 화가 치밀고, 조금은 슬픔에 젖은 표정이었다. 마님은 감정선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정상이었다.

- 백민석 [눈과 귀]

 

시간이 더 지나면 그런 것 역시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리라. 가끔 그는 그런 유혹을 느낄 때가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 살아난 적이 있다고 믿고 싶다는. 하지만 그는 절대 그런 유 혹에는 빠지지 않았다.

- 손보미 [계시]

 

나는 의뢰인에게 이끼가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던 남자 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은 이끼가 되는 것이 전혀 인기 가 없는 시대인데도 고작 자신의 꿈이라는 이유로 이끼가 되어버렸다고,

- 송지현 [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

 

묶인 커튼이 낙하산처럼 부풀었다. 건들대는 스탠드 옷걸이에서 옷가지들이 우수수 져서 서로 얽어매면서 마루 끝 까지 미끄러져갔다.

- 오수연 [강변에서]

 

여전히 개갈 안 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숙부를 바라보던 재범은 풀이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지는 몰라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말은 영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입속으로 구시렁거려본다.

- 이시백 [민초(民草)]

 

직사각형의 작은 부엌이 달린 단칸방에서 할머니는 동그란 개다리소반에 바삭하게 구운 조기랑 기름을 발라 구워 윤기가 도는 김을 올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연희 [탕 속의 여인들]

 

그런 씨도 안 먹히는 궤변이 어디 있는가 하는 의혹 같은 것은 스스로 쪽팔려 이쪽에서 잠깐 스쳐 보낸 상념에 불과하다.

- 이제하 [달팽이가 올 때까지]

 

한번은 양치질을 하다가 욕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슬픔이 치약처럼 부풀었다.

- 임현 [이해 없이 당분간]

 

아주 추운 날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날이었다. 성훈에게 얻어맞은 민수는 눈더미 속으로 나가떨어졌고, 그 순간 성훈은 펑펑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 어 키스를 퍼부었다.

- 임승훈 [2077년, 여름 방학, 첫사랑]

 

그레이스는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 테라스에 놓인 연단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축복의 단비를 내리듯 기쁨의 꽃가루를 뿌리듯 힘차게 힘차게 흔들었어요.

- 정용준 [다정한 유모]

 

가느다란 줄기를 이루며 흐르던 물이 곳곳에 웅덩이를 만듭니다. 이제,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 것 같습니다. 현실만큼 지독한 악몽에 꿈인 줄 알면서도 나 는 몸을 떱니다.

- 조수경 [외선순환선]

 

통용되는 실물 화폐는 이제 없다. 단위와 지불 기능만 남아 있고 지불 수단은 주민카드이다. 주민카드는 주민의 신분, 자 산 정보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담고 있고 통신 수단, 지불 수단 노릇을 같이 한다.

- 조해일 [통일절 소묘2]

 

나는 어느새 인파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걷고 있었다. 분명 보았다. 아버지를, 왕년의 군인을, 눈도 귀도 어두우면서 내 이름의 통장으로 삼십만 원을 입금하기 위해 지금도 매달 말일에 은행으로 외출을 나가는 그를…….

- 조해진 [빛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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