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입고]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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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로드컬리 02호 소개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Seoul Bookshops Aged 3 Years and Younger: Can You Live Off Your Bookshop?

 

브로드컬리, 로컬샵 연구 잡지, 02호

BROADCALLY, Local Shop Research Magazine, Issue 02

 

서울의 소규모 서점을 조명한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이 자본과 규모와 효율을 바탕으로 각축을 벌이는 각박한 환경 속에 새롭게 문을 여는 서점들과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고 누군가에게는 지겨울 소식이다.

 

과연 서점은 해 볼 만한가?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가? 더 생겨도 괜찮은가? 이번 호의 목표는 상업공간으로서 소규모 서점이 직면한 현실을 전하는 데 있다. 서점의 당위나 명분을 넘어 매월 임대료를 감당하고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운영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다.

 

젊은 서점에 집중했다. 오래된 경우 2년 2개월, 짧은 경우 오픈 2개월 시점에서 인터뷰했다. 최근 3~4년간 소규모 서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 포화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아야 할 처지인 신생 공간들의 형편을 살펴본다. 

 

과거의 경력을 고려해 취재 대상을 선정했다. 10년 차 회사원과 전업 미술 작가의 서점 오픈 동기는 어떻게 다른가? 로펌 출신과 인디 공간 출신의 서점 운영 방식은 무엇이 다른가? 대형 서점 출신과 출판사 출신의 도서 선정 기준은 같은가 다른가? 서점의 당면 과제를 풀어가는 다양한 관점과 접근을 포착한다.

 

서점에 별 관심 없던 독자에게 일부의 질문과 응답은 다소 낯설 수 있다. 도서정가제, 공급률, 워크숍 운영, 식음료 판매 등 실무적 쟁점을 비중 있게 다룬다. 타 매체의 낭만적이거나 친절한 편집과 비교하면 다소 난해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행을 감행함은 위와 같은 논의야말로 소규모 서점을 바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 텍스트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디 브로드컬리 이번 호가 현재 서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새로이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주관과 지향을 점검해볼 실용적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여전히 책을 읽는 소수의 독서가들에게 주체적 책 소비 생활을 위한 근거로 활용되길 바란다.

 

차례:

02p 왜 하필 서점인가?

22p 서점을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40p 서점을 통해 본인이 원하던 삶의 방식을 일궜다고 보는가?

58p 서점 오픈 결심부터 실행까지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는가?

76p 실망할 수 있다는 불안함은 없는가?

94p 서점의 재정 상황은?

110p 서점 오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목: 브로드컬리 02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자: 브로드컬리 편집부 

판형: 230*299mm

쪽수: 128p 표지 포함

판매가: 15,000원

출간일: 2016년 9월 26일 

ISBN: 979-11-957209-1-0

연락처: contact@broadcally.com

 

 

 

2. 브로드컬리 02호 발췌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 서점 오픈 9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2015년 10월 영업 시작

 

Q. 왜 하필 서점인가?

아쉬울 것 없는 좋은 책들이 소개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묻히는 현실이 답답했다. 그래서 직접 팔아보자 생각했다. 시장을 쥐고 있는 대규모 서점들이 알아서 바뀌길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하는 편이 속 편하겠더라.

 

대규모 서점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별 볼 일 없다는 게 아니다. 밤낮으로 고생하는 MD들도 있고, 그분들의 노고 또한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책 시장이 소수에 의해 획일적으로 돌아간다는 거다.

 

서점의 소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책을 소개하는 일이라고 답하겠다. 그리고 서점의 책 소개는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은 세상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내고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가? 소수에 과점 된 생태계 안에서 다양성은 피어나기 어렵다.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10만 부씩 팔리는 사회보다 열 권의 책이 1만 부씩 팔리는 사회가 좋다고 생각한다. 히라카와 가쓰미의 소비를 그만두다라는 책에서 깊이 공감한 구절이다. 한 권의 10만 부가 아니라 열 권의 1만 부가 나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서점들이 필요하다.

 

소규모 서점의 가장 큰 가치는 운영자의 권한과 자율이다. 경제성과 효율의 관점을 벗어나 운영자의 주관적 가치관을 서점 운영에 반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서점의 수만큼 책 소개의 다양성이 확보 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대학가를 걷다가 소규모 영화 전문 서점을 보았다. 일부러 찾아간 게 아니고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거다. 그럴 만큼 서점이 많더라. 우리나라에서 영화 전문 서점을 소규모로 열겠다고 하면 대부분 코웃음을 칠 거다. 밥은 먹고 살겠냐 하겠지. 그런데 그런 서점이 세상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더라.

 

낭만도 아니고, 부러움도 아니고, 그냥 화가 나더라. 왜 우리에겐 작은 서점이, 각자의 주관으로 책을 고르고 소개하는 골목의 작은 서점이, 그림의 떡이어야 하는가? 억울해서라도 하겠다고 결심했다.

 

Q. 공급률 차등 문제를 좀 더 설명해 준다면?

개인적으로 파악하기로 소규모 서점들이 적용받는 공급률이 인터넷 서점들과 비교해 10% 이상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똑같은 책을 10% 이상 비싸게 들여와서 파는 거다.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최근 일부 대형 출판사가 70% 공급률을 75%로 올리려 하면서 상당히 크게 이슈가 됐다. 사실 우리 서점 입장에선 이미 75% 이상으로 들여오는 책이 많았기 때문에 체감하는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적용받는 평균 공급률이 이미 75% 수준이다. 싼 책의 경우가 70%, 비싼 책은 80% 정도 된다.

 

하지만 언급한 공급률 인상이 생존에 직결되는 서점들이 있다. 지역 중견 서점들이다. 그들은 우리 서점보다 훨씬 큰 서가를 운영한다. 서가가 클수록 대형 출판사의 책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고,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공급률을 올려 버리면 운영에 결정적인 부담이 된다.

 

누군가는 5% 가지고 유난 떤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점의 책 판매 마진이 30% 수준임을 생각하면 절대 작지 않은 수치다. 현 정가제가 제시하는 할인 한도 내에서 10% 할인과 5% 적립을 가정한다면, 서점이 실제 가져가는 마진은 15% 정도다. 그중 5%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부담이 안 될 수 있겠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책값이 인상되지 못하는 데 있다. 책값은 올리지 못하는 가운데 인건비나 자재비는 높아지니까 출판사가 그 부담을 공급률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당장 사정이 조금 나아질 수 있겠으나 서점의 앞날은 너무도 깜깜하다.

 

내가 출판사 일할 때를 돌아봐도 책값 매기는 과정에서 소규모 서점들이 이 책을 팔아서 한 권에 얼마를 남길 수 있을지는 전혀 논외 사항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 주된 거래처는 인터넷과 대형 서점이니까. 소규모 서점들의 입장을 살필 여유도 동기도 없었다. 책 시장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대부분의 출판사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출판사 실제 매출을 살펴보면 소규모 서점을 통한 매출이 인터넷이나 대형 서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판 거래와 직거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겠지만 내 경험 선에서는 출판사 매출 절반 정도가 소규모서점을 통해 발생했다. 특히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나오기 위해서는 동네 곳곳까지 책이 펼쳐지고 유통되어야만 했다.

 

서점 오픈 후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때마다 공급률 차등 문제를 지적해 보지만 거의 기사화가 안 된다. 서점 소개 기사는 넘치지만 공급률에 대한 기사는 없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소재가 아니겠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공급률 문제가 아니라 작은 서점의 낭만일 테니까.

 

Q. 퇴사를 결심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가장 힘들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반대다. 직장을 관두는 것도 반대였고 서점을 하는 건 더욱 반대였다. 지지나 응원을 바란 건 아니지만 두 손 들고 반대를 하니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퇴사는 나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고민이었고 나를 설득하는 것도 힘든데, 주변 사람까지 설득해야 하는 게 굉장히 벅찬 일이었다.

 

주변의 반대를 늘리기 싫어서 가족한텐 아예 말도 안 했다. 어차피 말했으면 걱정이나 반대, 둘 중 하나였을 테니까. 오픈 4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서점 열었다고 알렸다.

 

Q. 직장 관두고 서점을 연 것에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적당한 시기에 유력 주간지에 인터뷰가 실렸고, 그걸 들고 말하러 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족들이 처음엔 별 반응이 없더라. 사전 상의를 하지 않은 것에 화부터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보다 덤덤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별수 없이 걱정들을 하더라. 인터뷰 나간 내용 중에 돈이 없어서 책 매입이 어렵다고 말했던 게 실렸는데, 그 한 마디가 가족들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어느 날 전화로 손님들은 좀 오냐 묻는데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웃음).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 서점 오픈 2년 2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014년 5월 영업 시작

 

Q. 입간판 문구들이 인상적인데, 서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사회의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무엇이 부끄러운 짓이고 무엇이 염치없는 짓인지 제발 좀 알아주길 바란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젊은이를 착취하는 어른들이 싫다. 기성세대라고 칭하면 자기는 기성세대 아니라면서 넘어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 어른들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서점을 찾아온 교수가 있다. 나에게 얼마를 버느냐고 묻더라. 자신도 서점을 열어 볼 생각인데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하더라. 부수입까지 더해서 백만 원 좀 넘는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제자에게 지방에서 하는 것이니 백만 원 정도면 되겠냐고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더라. 자기는 교수 월급 받으면서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에게 백만 원이면 되겠냐고?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라. 꼴도 보기 싫다.

 

Q. 서점이 책이 아닌 이미지 소비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견해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 사진은 열 올리며 찍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몇 구절 찍어 올리면 자랑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솔직히 그건 쓰레기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다면 마음에 담아야 할 텐데, 감동이 마음에 닿기도 전에 이미지로 전환해 버린다. 쓰레기 같은 감상만 남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마음이 울컥 슬퍼진다.

 

좋아 보이는 걸 찍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책의 내지 내용만은 자제를 부탁한다. 서점의 입장에서도 작가의 입장에서도 책의 내용이 SNS에 속절없이 올라가는 것은 마음 쓰린 일이다. 밥집에서 밥 안 먹고 사진만 찍지는 않지 않나. 카페에서 커피 안 시키고 사진만 찍는 건 아니지 않나. 서점도 책을 팔고 있다. 똑같이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이따금 SNS 검색해서 구입하지 않은 책의 내지 사진을 올려놓은 포스팅을 발견하면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구입하지는 않으셨지만 사진은 예쁘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달면 곧이어 게시물이 삭제된다. 그리고 나는 차단 당한다(웃음). 다시는 우리 서점 안 오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괜찮다. 부디 다른 서점에서는 안 그러길 바랄 뿐이다. 부끄러운 행동인 줄 알았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

 

Q. 인터넷 서점의 시대에 오프라인 서점의 쓸모는 무엇일까?

당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책 사는 게 싸고 빠르고 쾌적하다. 그래서 수많은 서점이 사라졌고 인터넷 서점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정말로 편리한가?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동네 슈퍼가 좋은 것은 퇴근길에 출출하면 잠깐 들러 컵라면 하나 사 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컵라면 하나 먹으려고 인터넷 주문할 것인가?

 

서점도 마찬가지다. 퇴근길에 기분 내키면 잠깐 들러 책 한 권 볼 수 있다. 아무리 인터넷 서점이 당일 배송해준다 해도 그와는 다른 차원의 편리함과 정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그 기억을 잊어버렸다. 집 근처 서점에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편리함과 정서가 어느새 희미한 과거가 돼 버렸다.

 

Q.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얘기 할 거면 나 밥 좀 사 먹게 책 한 권만 사 달라고 답하겠다.

 

 

 

이백에이십 김진하 대표, 서점 오픈 1년 5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중구 산림동, 2015년 2월 영업 시작

 

Q. 하루 6시간 영업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점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나?

서점 운영을 상상해보면 개인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서점이란 공간은 기본적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므로 손님이 없는 때라고 해도 온전히 개인적인 장소는 아니다. 시간 또한 마찬가지로 온전한 나의 시간이라 보기는 어렵다. 답답해도 맘대로 나갈 수도 없고 귀찮다고 문을 잠글 수도 없으니까.

 

정 답답할 땐 가끔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는데 꼭 그 때 손님이 오더라. 서점의 영업시간이란 손님과의 약속이지 않나. 그 약속 믿고 오는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이제는 답답해도 안 나간다. 대신 영업시간을 줄였다(웃음).

 

Q. 서점 운영 외 수입원이 있는지?

서점으론 돈이 안 되니 당연히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구호단체 후원 전화 상담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돈도 벌고 보람 있는 일이다(웃음).

 

Q. 당장 팔릴 만한 책을 들여놓을 생각은 안 하는가?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 탔을 때 몇 권 둬볼까 싶기도 했다. 근데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이 굳이 여기서 그 책을 찾지는 않을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관두고 말았다.

 

Q. 안 팔리는 책만 좋아하는가?

솔직히 요즘 잘 팔리는 책이 있나. 대부분 안 팔리는 책이다. 자기계발서나 무라카미 하루키 책 아니라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Q. 서점 오픈 후 서점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있는가?

이전엔 서점 가면 어떤 책이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안 망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하다(웃음).

 

서점 이용 방식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예전엔 작은 서점에 가면 운영자 시선도 부담스럽고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민망하기도 해서, 최대한 빨리 살 책만 골라서 나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막상 서점을 열어보니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천천히 구석까지 살펴주는 손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더라.

 

얼핏 생각하기로 손님이 서점을 구석구석 보는 게 부담될 것 같지만 실제 겪어보니 오히려 감사한 관심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서점의 접점을 찾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서점의 운영자로서 굉장히 반갑게 느껴진다.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 서점 오픈 1년 6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 2015년 1월 영업 시작

 

Q. 서점 오픈 결심부터 실행까지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는가?

자리 알아보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자전거 타고 직접 돌아다녔다. 동네 한 바퀴 돌아 보고 빈 건물이 보이면 멈춰 서서 그 자리에 서점 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려보고 고민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동네를 위주로 돌아다녔다. 서촌, 연남동, 해방촌 같은 곳들. 그런데 자꾸 드는 생각이 그런 동네에 서점을 열면 오래 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 기왕 자리를 잡으면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월세가 저렴한 자리를 찾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

 

기준은 간단했다. 월세는 최저로, 다만 빛이 잘 들 것. 처음 일했던 헌책방이 빛이 전혀 들지 않았다. 책이 산처럼 쌓여 있어 낮에도 빛이 없었다. 그 시절 고생한 기억 때문에 무조건 빛 잘 드는 자리를 찾았다.

 

Q. 자리 찾는 데만 1년을 보내는 건 과하지 않나?

급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자리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Q. 헌책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헌책과 신간의 판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헌책 판매가 기본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다. 신간의 경우 출판사나 총판이 제시하는 공급률을 조정하기 어렵다. 대략 주어지는 마진은 30% 수준이다. 하지만 헌책의 경우에는 수급 방법이 다양하고 거래 조건에 따라서 여유 있는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대형 헌책방의 경우에는 도서관, 도서대여점, 폐지처리장 등에서 대량으로 처리되는 중고 책을 종잇값에 가깝게 받아올 수 있다. 이런 경우 수익률이 수십 배까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서점처럼 일반 가정에서 소량으로 매입하는 경우에는 마진이 어느 정도 제한 된다. 그래도 신간보단 유리하다.

 

Q. 최근 생겨나는 소규모 서점들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평가에 대한 견해는?

비슷하고 싶어서 비슷한 것은 아니지 않겠나. 소규모 서점이 기성 출판사나 총판과 거래를 하다 보면 책을 들여오는 단계부터 조건이 굉장히 불리하다. 서점은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비교적 조건이 나은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최근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소규모 서점들이 비슷하다고 우려하는 것은 아마도 독립 출판물 서점들에 대한 걱정일 텐데, 애초에 국내의 독립 출판물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선별해서 받는다 해도 결국 구성이 비슷해진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규모 서점들은 제한된 여력과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출판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부디 응원을 부탁한다.

 

똑같은 서점은 있을 수 없다. 설령 서가의 모든 책이 똑같다 해도, 운영자가 어떤 의도로 책을 들여놓고 소개하는지에 따라 서가의 맥락은 달라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서점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방 오후다섯시 김다영 대표, 서점 오픈 1년 4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2015년 3월 영업 시작

 

Q. 서점을 열기 전엔 어떤 일을 했는가?

법무법인 회계팀에서 3년 반 정도 근무했다.

 

Q. 회사를 관둔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든 그만둬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당연시되는 수직적 상하관계, 암묵적인 성차별적 조직 문화, 형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사람보다 성과가 먼저인 상사들, 이런 이유가 1%씩 모여서 120%가 되더라. 

 

Q. 120%의 이유가 있다 한들 퇴사는 어려운 결정 아닌가?

물론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모님 보시기에 뿌듯한 회사, 애 낳고도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였으니까. 실제로 50대의 나이까지 자기 할 일 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무리 합리화를 해봐도 내가 50대가 될 때까지 이런 문화의 조직에서 일한다는 게 납득 되질 않았다.

 

Q. 서점을 열기 전과 후 자신의 삶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직장 다닐 때와 지금의 삶을 가끔 비교해보게 된다. 직장 다닐 때는 정해진 출근 시간 1분 전에 회사 갔다가 퇴근 시간 1분 지나면 집으로 달려가는 삶이었다. 안정적이지만 답답했고 돈을 벌었지만 만족이 안 됐다. 항상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았다.

 

서점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다른 무언가를 찾기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근무 시간도 오히려 길어졌고 경제적인 불안함도 있지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때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한다.

 

Q. 서점을 오픈하기 전과 후 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있는가?

우선 서점 수수료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서점을 열기 전 독립 출판 제작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인건비가 도저히 안 빠지더라. 글 쓰고, 편집하고, 인쇄까지 과정이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데 책정되는 책값은 너무도 낮았다. 더군다나 30% 정도 되는 서점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었다. 서점 입점에 필요한 택배비나 샘플 제공 또한 추가적인 부담이고.

 

이제는 제작자가 아니라 서점 운영자 입장에서 수수료를 바라보게 되는데, 역시 도저히 인건비가 안 빠진다(웃음). 서점 운영에 필요한 시설비와 유지비를 생각해보면 수수료 가지고 서점 살림이 가능한가 의문이다.

 

30%라고 하면 굉장히 큰돈이 될 것 같은데, 보통 책 한 권 1만 원에 팔면 3천 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한 달에 150만 원 벌려면 500만 원 가까이 팔아야 한다. 소규모 서점에서 500만 원 판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그만큼 판다고 해도 유지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독립 출판물의 가격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입한 노력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책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권의 가격보다는 전체 판매액을 볼 때 그렇다. 애초에 인쇄하는 부수가 많지 않아 다 팔아도 돈이 안 된다.

 

그런데 서점을 운영해보니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는데, 독립 출판물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독립 출판물 가격대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겠더라. 기성 출판물과 가격은 비슷한데 페이지 수는 훨씬 적거나 만듦새가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기성 출판물과 독립 출판물을 별개의 분류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납득할 수도 있겠으나, 대다수 사람에게는 책은 그저 책이니까.

 

 

 

책방이곶 이동원 대표, 서점 오픈 1년 차 인터뷰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 2015년 7월 영업 시작

 

Q. 소규모 서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낭만 찾는 서점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은데, 내 경험 기준으로 말해서 서점은 그다지 권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웬만하면 안 하는 게 맞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겠지만 까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

 

소규모 서점들이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를 많이 하고 있고 팔로워가 만 명이 넘는 곳도 있다. 굉장히 인기가 좋아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껍데기에 가깝다. 좋아요 아무리 수백 개 눌려도 실제 서점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하루에 몇 명 안 된다. 서점들이 SNS 열심히 하는 건 홍보할 채널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다. 허수인 걸 알면서도 별수 없이 하는 거다. 서점 SNS 인기 보고 환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물론 소규모 서점 수요가 적게나마 늘고 있다. 이전 수요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105 정도 됐다고 본다. 그런데 서점 수 증가는 200에 가까운 느낌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서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Q. 서점 수가 늘어나면 독서 인구수도 함께 늘지 않을까?

몇십 년 후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의 삶 자체가 각박해지면서 책을 읽을 마음도 시간도 갖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개인의 문제이기보다 사회 전체가 책을 읽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 같다. 다만 아주 드물게 한 명씩, 서점이 생겨서 책 다시 읽는다는 손님을 보기도 한다. 솔직히 큰 보람은 아니지만, 아주 의미 없는 일은 아니겠지.

 

Q. 서점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는지?

책이 책으로 팔리지 않으니 서점에 대한 회의가 늘어 간다. 과연 사람들이 책을 사려고 서점에 오는가 생각해볼수록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기운다. 김소월 진달래꽃 초판 디자인이 올 상반기만 5만 권이 팔렸다고 들었다. 그게 언제 나온 책인데 여태까지 안 읽었다고? 지금 한 권 산다 한들 과연 읽기나 할 것인가? 읽으려고 사는 책보다 SNS 올리려고 사는 책이 훨씬 더 많을 거다. 책이 소품이 되어버린 거다.

 

Q. 책으로 팔든, 소품으로 팔든, 서점 입장에선 많이 팔면 좋은 게 아닌가?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김소월 진달래꽃 다시 펴낸 출판사들 생각도 마찬가지일 거다. 옛날 책 표지만 바꿨을 뿐인데 5만 권이 나간다고? 그럼 누가 뭐하러 고생해서 새 책을 만들겠나? 책 만드는 입장에서도 결코 기분 좋기만 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Q. 서점을 열기 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서점을 하겠는가?

아니, 안 할 것 같다. 나름대로 책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일 한 번 해보자는 거였는데 내가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으니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힌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 씁쓸한 결론이지만 이상과 생계는 분리해서 추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원서점 장혜진 대표, 서점 오픈 2개월 차 인터뷰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2016년 5월 영업 시작

 

Q. 방송 작가 일은 왜 그만뒀나?

첫 번째 이유는 문화적 빈곤. 방송 작가라면 뭔가 예술적인 삶을 살 것 같지만 오히려 다른 직장인들보다 현실적으로 살게 되더라.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개성보다 유행, 지금 당장 대중이 원하는 걸 찾게 되고 쫓게 된다. 돈 벌려면 그래야 하니까. 방송이 문화적 사유가 아닌 자본이 만드는 상품임을 깨닫고 실망감을 강하게 느꼈다.

 

두 번째 이유는 근무 환경. 거의 날마다 밤을 새우며 일을 해야 했는데,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며 매일 인내하고 살기에는 명분이 너무 미약하게 느껴졌다.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만들려면 최소한 10년이었다. 그 전까지는 좋든 싫든 시키는 일 해야 하는 건데 도저히 보람이 안 느껴졌다. 정작 10년 뒤에 맘에 드는 작품 만들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 번째 이유는 조직 문화. 조직이 너무 수직적이었다. 창작을 하고 싶어 방송 일 하는 건데 창작을 위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Q. 서점 오픈을 결심한 뒤부터 준비 과정을 정리해 준다면?

다니던 직장 나온 뒤로 서점 오픈까지 3개월 걸렸다. 가구 모으고, 책 리스트 작성하고, 총판 계약 알아봤다. 별로 힘든 거 없었다. 부지런히 했으면 더 빨리도 했을 거다.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가능한 추천보단 소개의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손님들 본인의 취향과 기준으로 선택하길 바란다. 남들이 제시하는 추천 따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 음악은 음원 회사 순위 따라 듣고, 영화는 관객 동원 순위 따라 보고, 개인의 취향이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건방진 말일 수 있지만 미디어가 제시하는 가이드를 자신의 취향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인디 음악 좋아한다면서 정작 듣는 음악이 TV 나오는 몇몇 밴드 곡들에 불과한 경우가 정말 많다. 홍대 앞에 밴드가 얼마나 많은데?

 

책도 마찬가지다. 수만 종의 신간 도서 중에 미디어가 제시하는 추천도서는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부디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는 즐거움을 포기 말고 누리길 바란다.

 

Q.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먹고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온전한 내 소유의 삶이 되었고 내 삶을 산다는 데 만족을 느낀다. 월세 내고 밥 먹을 수 있으면 됐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갈 길은 가야 할 거 아니겠나.

 

Q. 갈 길 가겠다는 선택이 쉬운 결정이었나?

갈 길 포기하는 선택이 오히려 어려운 결정 아닐까?

 

 

 

3. 브로드컬리 잡지 소개

 

로컬샵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인 동시에 자아실현의 터가 되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획일화 되어가는 일상과 여가에 다양과 풍요를 선사하는 공간들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경의의 표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독립적인 섭외와 직접 대면 인터뷰를 취재의 원칙으로 한다.

 

브로드컬리 02호, 2016년 9월 26일 발행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브로드컬리 01호, 2016년 2월 18일 발행 (품절)

<인터뷰: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3차 입고]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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