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 미우라 시온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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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버블 세대의 첫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취업전선에 서 있는 여대생의 일상을 담은 작품. 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처녀작으로, 백화점과 출판사 등 여러 회사를 돌며 시험과 면접을 치르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코믹한 문체로 그려낸다.

 

80년대 버블경제 덕에 고생 모르고 자란 신세대 여주인공 가나코. 그녀가 먹고 살기 위해 취업전선에 나선다. '평범한 복장'으로 오라는 안내문을 보고 표범무늬 부츠를 신은 채 면접장으로 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다 정장차림이다. 만화 편집자가 되고 싶어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지만, 그녀가 마주치는 세상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의문투성이인데…. 〈양장본〉

 

 

 

 

 

<작가정보>

 

미우라 시온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2000년에 취직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로 데뷔했다. 이후 『월어(月魚)』, 『백사도』, 『비밀화원』, 『로맨스 소설의 7일간』,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옛날이야기』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했다.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은 18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옛날이야기』는 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2006년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그 외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사부로는 그리고 문을 나왔다』, 『취미가 아니야』, 『꿈같은 행복』, 『망상작렬』 등이 있으며, 에세이집 『시온의 시오리』가 있다.

 

 

 

 

 

<출판사 서평>

 

만화를 문장으로 그리는 작가, 미우라 시온

2006년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상작인『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만화적 상상력을 차용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만화를 문장으로 그려낸 듯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문학적 엄숙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수상 소식에 적지 않은 놀라움을 느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여타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의 터치는 발랄하다 못해 어린애처럼 순진해 보인다. 주인공의 캐릭터나 작품의 구조, 사건의 전개가 지나치게 만화스럽다. 이 소설이 수상작으로 등극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작품 속에 자신의 세대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작가의 자유분방함과 발랄함이 젊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오키 상이 미우라 시온을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미우라 시온의 데뷔작인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아예 프롤로그부터 만화처럼 시작한다.

열대우림의 석탑 안에서 공주가 지상을 내려다본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남자들이 저마다 코끼리를 한 마리씩 데리고 와 대기하고 있다.

유모가 공주에게 아뢴다.

“저 코끼리들은 주인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공주님이 마음에 드시는 코끼리를 고르면, 그 주인이 공부님의 배필이 되는 겁니다. 이 맞선은 우리의 신성한 의식입니다. 부디 신중하게 고르십시오.“

마치 이 소설의 내용이 현대판 공주의 러브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순정만화의 도입부 같다. 그러나 사실은 취업전선에 서 있는 여대생의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이 백화점과 출판사 등 여러 회사를 돌며 시험과 면접을 치르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코믹한 문체로 그려낸다. 소재는 심각한데, 백수가 되지 않으려는 여대생의 치열한 분투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는 게으르고 제멋대로인데다 현실 감각이라곤 조금도 없는 캐릭터다. 한 마디로, 몸은 다 자랐지만 마음은 어린애인 키덜트다.

 

만화에 빠져들고 할아버지뻘 애인에게 집착하는 이유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가나코는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가 남겨준 대저택에서 새엄마, 이복 남동생과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정치를 핑계로 집을 떠나 사는 아버지는 언제나 부재 중이다.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다. 겉으로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나코는 자신이 가족의 이물질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취업 문제에 가족 문제가 덧붙여진다.

 

그러나 만약 내 존재가 ‘가족’의 존재 방식을 불안정하게 한다면……. 새엄마가 이 저택에 와서 동생이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위협하는 이 의혹은 우리 네 사람이 모이면 언제나 명확해진다. ‘후지사키’ 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후지사키’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그리고 바로 나의 존재야말로 이 ‘가족’을 가족답게 만들지 않는 요인, 바로 이물질이다. 그 사실을 들이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평소의 생활이 흐트러지는 걸 싫어한다. 아버지가 이 집에 돌아와서 가족 구성원이 다 모이는 게 두렵다. 아버지는 어쩌면 그런 내 불안을 알고, 이 저택에서 나갔는지도 모른다. 내게 차갑지만 조용한 이 ‘상자’를 주기 위해, 그 ‘상자’도 지금은 거의 망가져가고 있지만.

 

아버지가 명문가인 어머니의 가문 ‘후지사키 가’ 에 데릴사위로 들어왔기 때문에, 가나코가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가문의 명에 따라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야 한다. 새 엄마가 낳은 똑똑한 이복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그는 ‘후지사키 가’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격미달이다.

그런데 가나코는 정치 따위에는 한 톨의 관심도 없다. 가문의 명령을 피해가려면 가나코는 반드시 취업에 성공해야 한다. 직장을 얻게 된다면 집안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가나코는 긴박한 현실과 ‘격투’를 벌이지 않는다. 그저 쉽사리 얻을 수 있는 두 개의 통풍구를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만화에 빠져드는 것과 예순다섯 살에서 일흔 살 사이로 보이는 할아버지 사이온지 씨와 연애하는 것!

만화에 빠지는 것과 할아버지뻘 애인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것은, 진지한 삶으로부터 도피하겠다는 심리에서 보면 같은 맥락이다. 가나코는 이십 대 초반이지만, 제 또래의 남자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매사 경쟁하기 보다 눈을 질끈 감고 피해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보다도 더 나이가 많은 사이온지 씨에게 집착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나는 정말 차인 걸까?

보통은 젊은 여자가 할아버지를 버리고 젊은 놈과 마을을 떠나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 속으셨네요. 그 아가씨는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렸던 거예요, 이러면서. 그런데 내 쪽이 차였다는 건 어떻게 된 거지? 영감탱이, 용서할 수 없다. 내 속에서 희미하게 분노와 후회와 슬픔이 솟구쳐 올라와, 지금 당장 사이온지 씨 집으로 쳐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사이온지 씨는 가나코의 곁을 떠나간다. 그녀는 마치 젖을 떼는 아기처럼 이별을 아쉬워한다. 이제야 비로소 석탑 안에서 결혼 후보자를 내려다보며 불안에 떠는 공주의 모습과 가나코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평생을 석탑 안에서 갇힌 채 살아가야 하는 공주가 가장 작고 사랑스러운 코끼리를 고를 거라고 중얼거리는 프롤로그는 가나코의 삶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사이온지 씨는 힘을 북돋워주듯이 내 어깨를 꼭 껴안았다.

“회사에 들어가는 아이는 많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노인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젊은 아가씨는 별로 없을 거다.”

이미 역까지 왔지만, 우리는 서로 꼭 껴안았다.

“그렇게 말하자면 젊은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인네도 별로 없을 거예요.”

 

사이온지 씨는 멀리 떠나고, 가출했던 동생은 돌아오고, 출판사 취업은 최종 면접에서 낙방한다. 바야흐로 가나코는 소설의 끝자락에서 백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건조했던 가족 관계는 약간의 변화가 보인다. 역시 만화적 해피엔딩을 피해가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잔소리를 해대는 새엄마 때문에 나와 동생은 진절머리를 치며 마주 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전보다 가족다워진 것 같다. 올봄부터 벌어진 여러 일들이 우리 안에서 작은 폭풍을 일으켰지만 이제 그 바람도 멎는 듯하다. 남은 것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 멤버로 살아가는구나, 하는 체념과 비슷한 깔끔한 결론이다.

이 집에서 항상 누군가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던 새엄마가 처음으로 자식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머니.”

왜? 하고 돌아보는 새엄마에게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징그럽게 왜 히죽거리고 그래.”

새엄마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얼른 발길을 돌려버린다. 그 등을 보면서 한 번 더 “어머니.” 하고 소리 없이 불러보았다.

극적이지 않은 생활 속에서 극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뭔가를 회복했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처음으로 사회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긴장감,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가족 구성원과 잘 버무려지지 않아 파생되는 외로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슬픔 등 크고 작은 삶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거나 온힘을 다해 발버둥치지 않는다. 언제나 상상 속으로 도피하거나, 짐짓 눈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뿐이다.

소설의 극적인 요소들은 캐릭터의 내면이 약해 미처 폭발하지 못한 불발탄으로 남은 느낌이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이 그려내려고 했던 버블 세대의 무기력한 초상은 거의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은 미우라 시온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가 되려고 했지만, 단 한군데서도 합격통지를 받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취업 활동기를 소설로 발표해 작가로 데뷔한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만화광 가나코는 바로 미우라 시온 자신의 모습이다.

미우라 시온은 인터뷰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담담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가나코의 삶이 ‘담담하게’ 느껴지는 독자와 ‘지나치게 가벼워보인다’는 독자의 감성 차이는 세대차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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