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 김민정 (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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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김민정

 

김민정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검은 나나의 꿈 외 9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책 속으로>

폐 한가운데에 식칼을 대고 살 껍질을 훌러덩 뒤집어 내가 날 까버린다 서둘러 군불을 지피고 그 위에 석쇠를 달궈 내가 날 통째로 얹는다 지글지글 내가 날 굽는 냄새가 피어오르자 해골들과 부위 모를 뼈다귀들이 앞다투어 모여든다 석쇠 위에 고여 있던 핏물이 선지로 돌돌 말아 빚은 완자처럼 지져져 더욱 쫀쫀해진 내가 날 엿가위로 한 입 두 입 잘라 굽는다 따각따각 아귀 터지게 턱 벌리는 해골들에게 내가 날 잘라 구운 살점을 바싹 태워 먹여준다 오일 바른 상아같이 매끈매끈한 뼈다귀들의 몸에 내가 날 잘라 구운 살점을 파스처럼 붙여준다 불가에 모여 앉은 해골들과 뼈다귀들이 내가 날 잘라 구운 살점을 먹고 입고 점점 나로 살쪄간다 일곱의, 열넷의, 스물의, 스물일곱의 제각각의 내가 날 쳐다보며 나야 나야 손을 흔든다 내가 날 잘라 구운 살점들을 다 트림하고 나로 자란 그대들이 방방마다 걸린 액자 속으로 걸어들어가 찰칵찰칵 기념촬영을 한다 내가 날 잘라 구워 먹고 난 달궈진 석쇠 위에는 열세 개의 꽃삽만이 꽃게처럼 익어가고 있다 ―[내가 날 잘라 굽고 있는 밤 풍경] 부분

 

 

 

 

<출판사 서평>

 

공포와 혐오로 일그러진 세계 김민정 시인이 등단 6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가 열림원에서 <문학?판|시>로 출간되었다. 김민정의 시집은 매일 밤 되풀이되는 악몽의 현장을 근접 촬영해 놓은 것처럼 어느 곳을 펼쳐봐도 독자를 불편하고 난감하게 하는 이미지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도처에 비어와 속어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문장은 비명이나 광기 어린 중얼거림에 가깝다. 아무렇지 않게 해체된 몸에서는 피와 살과 뼈가 분분하다. 김민정 시인에게 세계는 공포와 혐오로 일그러져 있다. 시인은 이 냉혹하고 가혹한 세계를 거칠 것 없이 극단적으로 그린다. 거기에는 어떠한 윤리적 자기 검열이나 ‘시적인 것’에 대한 강박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포의 내용은 극단적이되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놀랍도록 장난스럽고 희극적이다. 마치 놀이하듯 가볍게 세계의 가혹함을 드러내는 것이 김민정 시인의 시적 전략이라 할 만하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이성적 질서와 제도적 금기를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해서 김민정의 시가 어떤 저항과 전복의 정치적인 함의를 갖지 않는 것도 이러한 자유로운 놀이적 태도 때문일 것이다. ‘고등어 부인의 윙크’ ‘박치기하면서 빛나는 문어’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내가 날 잘라 굽고 있는 밤 풍경’ ‘살수제비 끓이는 아이’ ‘가위눌리다 도망 나온 새벽’ ‘매일매일 놀러 오는 우리 죽은 아빠’ 등 수록된 시의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내면과 세계의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희극적 방법으로 보여주는 김민정의 시세계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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